“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산책”…여름 영주로 떠나는 시원한 하루
여름 한가운데, 영주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예전엔 고즈넉한 학문의 고장으로만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가족과 함께 쉬어가는 여름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볕 좋은 날씨에 걷기 좋은 한적한 산책부터 실내에서 즐기는 체험까지, 취향과 목적에 따라 머무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요즘 영주는 집에만 있기엔 아까운 풍경으로 가득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소수서원은 아침부터 햇살이 숲길에 부서지는 조용한 분위기로, 산책하는 내내 겹겹이 겹치는 나무 그늘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소백산 자락에 걸린 천년고찰 부석사 역시 여행자들의 발길이 잦다. 탁 트인 풍경과 고요한 산사는 무더운 계절에도 잠시 숨을 고르게 한다고 느끼는 이가 많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역 관광안내소에 따르면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시작된 8월 초, 자외선 지수는 ‘높음’이지만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모두 ‘좋음’ 수준이라 아이와 함께 야외 나들이를 계획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는 게 현지의 평가다.
실제로 기자가 체험해보니, 영주는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최적의 선택지였다.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에서는 실내 온천과 수영장이 준비돼 있어 땀을 식히기에 더없이 좋았다. 평소 온천 특유의 따스함만 떠올렸다면, 리조트 안에서 쿨다운하는 피서의 색다름에 감탄하게 된다.
아이 있는 집이라면 콩세계과학관도 눈여겨볼만 하다. 콩을 주제로 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들이 실내 곳곳에서 펼쳐진다. 다채로운 체험 덕분에 “아이와 함께 유익한 여름을 보내게 돼 좋았다”고 소셜미디어에 인증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영주를 대표하는 자연 명소 죽계구곡은 한적한 숲길과 계곡물이 어우러지는 풍경으로, 혼자 걷거나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인기다. 웅크린 소백산과 맑은 물소리에 마음이 가라앉는다며 “여행의 묘미란 이런 순간에서 온다”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관광칼럼니스트 유희정 씨는 “영주는 역사와 자연, 휴식과 체험이 조화롭게 공존한다. 여름철 일상에 쉼표를 찍고 싶을 때 적당한 거리에서 머무를 수 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까다로운 아이도, 피곤한 어른도 다 만족했다”, “아이와 손잡고 숲길을 걸으니 어릴 적 여름방학 생각이 나더라” 같은 이야기들이 공감을 얻는다. 이번 시즌, 영주 여행은 단지 도심을 벗어나는 일이 아니라, 잊고 있던 마음의 한 자락을 꺼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올여름, 잠깐의 일탈과 긴 호흡이 동시에 가능한 곳이 영주라는 사실이, 많은 이들에게 남는 추억이 될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