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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 사법리스크 해소”…장현국, 크로쓰 확장 가속 예고

정유나 기자
입력

가상자산 위믹스를 둘러싼 형사 재판에서 2심까지 무죄를 확정받은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가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 크로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2년 반 가까이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그동안 제약을 받아온 글로벌 파트너십과 거래소 상장, 스테이블코인 인가 추진 전략에 재가동 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국내 게임 기반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규제 리스크 인식에도 적지 않은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장 전 대표는 27일 2심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언급하며 향후 크로쓰 사업과 넥써스 지배력 확대 전략을 보다 공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메이드 대표에서 물러난 뒤 코스닥 상장사 넥써스를 인수해, 로한2를 포함한 다수 블록체인 게임을 크로쓰 메인넷과 연동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가상자산 기반 게임 생태계 재정비와 신규 토큰 경제 설계에 집중하는 기조다.

이번 재판은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 유통 구조와 자금 조달 방식, 그리고 이를 둘러싼 공시와 시장 커뮤니케이션의 적정성을 놓고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다툰 사건이었다. 검찰은 장 전 대표가 2022년 초 위믹스 유동화 중단 발표를 통해 투자자를 오인시켜 위메이드 주가와 위믹스 시세 하락을 막고,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위믹스와 위메이드 주가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두 자산 가격이 동반 움직인 것은 위메이드가 구축한 글로벌 게임 생태계 안에서 주식 가치와 코인 가치가 구조적으로 결합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검찰이 제시한 상관계수 90퍼센트 수치에 대해서도, 공통의 제3요인이 가격을 함께 움직였다는 설명이 더 설득력 있다고 보며 인위적 시세·주가 부양 의도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수사당국은 위메이드가 2020년 6월 위믹스를 발행하고 같은 해 10월 원화 거래소 상장 이후 시세가 오르자 2022년 1월까지 약 2900억 원 규모를 유동화해 인수합병 등 사업자금으로 활용한 점에 주목했다. 이어 사전 공시 없이 대량 매각이 이뤄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위믹스 가격과 위메이드 주가가 동반 급락했고, 이후 장 전 대표가 유동화 중단 선언을 내놓은 과정에서 허위 공시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법원은 선언 이후 유동화 지속 여부와 시장에 미친 영향, 그리고 당시 정보 비대칭 구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형사 처벌 수준의 기망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재차 판시했다.

 

그럼에도 시장 충격은 남아 있다. 위믹스는 올해 5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닥사로부터 거래지원 종료 결정을 받아 6월 2일부로 주요 원화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국내 투자자 접근성이 사실상 차단된 상태인 만큼, 무죄 판결이 곧바로 유통 시장 정상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가상자산 회계와 공시, 상장 유지 심사 기준을 보수적으로 보는 거래소와 자율규제 기조가 강해진 당국 입장을 감안하면, 향후 위믹스 재상장 시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추가 검증이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장 전 대표는 재판 기간 동안 진행하던 신규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스테이블코인 인가, 글로벌 상장 추진이 모두 제동을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해외 파트너사가 한국 사법 리스크를 세밀하게 구분해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판 진행 사실만으로도 파트너십 협상에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법적 부담이 사라진 만큼, 크로쓰 기반 메인넷 고도화와 게임 토큰 경제 모델 확장, 주요 거래소 상장 추진, 라이선스 획득 등 대외 협력 전선을 다시 넓히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크로쓰 투자자와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신뢰 회복 의지를 드러냈다. 장 전 대표는 재판 장기화로 사업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컸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앞으로는 로한2를 비롯한 신규 게임 론칭과 메인넷·게임 토큰 지표 성장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토큰 설계와 유통 구조 투명성 강화가 신뢰 회복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판결은 블록체인 게임과 가상자산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법원의 해석 방향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토큰과 주가 간 가격 연동을 무조건적인 시세조종 정황으로 보지 않고, 생태계 구조와 공통 요인을 함께 검토하는 접근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사전 공시와 투자자 정보 제공, 유동화 물량 관리에 대한 규제와 시장의 요구 수준은 계속 높아지는 흐름이어서, 향후 유사 사업을 펼치는 기업들에 대한 감시는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가상자산 발행 기업이 게임 등 실물 서비스와 토큰을 결합할 때 어떤 수준의 공시를 요구해야 하는지, 또 자본시장법과 디지털자산 관련 신설 법제 간 역할 분담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을 수 있다. 가상자산을 투자계약증권으로 볼지, 별도 자산 군으로 관리할지에 따라 규제 수위와 감독 체계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이번 무죄 판결이 입법 논의에 변수로 작용할 소지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장 전 대표와 크로쓰 프로젝트가 실제로 어느 수준의 글로벌 파트너십과 상장 성과를 만들어낼지가 향후 국내 블록체인 게임 산업 전반의 신뢰도 회복과 직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 보호와 사업 혁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크로쓰의 행보가 가상자산과 게임 융합 모델의 현실적인 한계와 가능성을 시험하는 또 다른 사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판결 이후에도 거래소와 규제 당국의 문턱을 넘어, 기술과 사업 모델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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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국#위믹스#크로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