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규제와 산업진흥 균형” 김종철, 불법정보 무관용 방침
인공지능과 디지털 플랫폼이 미디어 생태계를 뒤흔드는 가운데, 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표현의 자유와 이용자 보호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예고했다. 헌법학을 기반으로 조직을 안정시키고, 허위조작정보와 성착취물 등 불법정보에는 강경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제시하면서, 동시에 낡은 규제 개편과 콘텐츠 수출 지원을 통해 방송미디어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합 전략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규율과 인공지능 활용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정책 방향 전환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 생활의 근간인 인간의 존엄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허위조작정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마약 거래나 성착취물과 같은 사회적 해악이 큰 불법정보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터넷 환경과 서비스의 투명성을 높이는 정책을 통해 국민이 정보를 쉽게 확인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현재 국내 방송미디어통신 산업이 글로벌 경쟁과 기술 격변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빅테크와 플랫폼 기업이 장악한 미디어 시장에서 생태계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산업의 핵심 역량으로 떠오른 인공지능 기술은 국내 방송미디어 전 과정에 아직 충분히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콘텐츠 기획·제작·편성·유통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AI 기반 자동화와 데이터 분석 체계가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셈이다.
반대로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이 해킹, 사이버 테러, 조직적 여론조작 등 부정적 영역에는 빠르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김 후보자는 이러한 기술 악용으로 인해 방송미디어 이용자들이 겪는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방송미디어통신의 공공성은 약화되고 이용자 보호 기능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딥페이크 영상, 추천 알고리즘을 통한 극단적 콘텐츠 노출, 플랫폼 내 개인정보 침해 같은 신유형 위험에 대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는 산업 진흥 측면에서는 불필요하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규제와 진흥의 조화를 통해 혁신을 활성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며, 미디어 생산과 유통 전 과정에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제작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제작 자동화, 번역·자막 생성, 데이터 기반 시청자 분석 등 기술 적용을 촉진해 국내 방송 콘텐츠 기업의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과 연계한 해외 진출을 지원해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직 운영과 정책 철학의 측면에서 그는 방미통위를 국민소통위원회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모든 국민과 미디어 생태계 구성원이 공정한 질서 아래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한 심의기관을 넘어, 플랫폼 사업자, 방송사, 통신사, 이용자·시민단체를 포괄하는 거버넌스 조정자로서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공영방송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김 후보자는 공영방송의 책무와 재원 구조를 포함해 제도 전반을 다시 살펴보고, 국민의 미디어 접근권을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격차가 콘텐츠 소비와 정보 접근의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네트워크 인프라, 지역 방송 접근, 장애인·고령층 맞춤 서비스 등 전방위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분쟁조정 기능 확대도 핵심 과제로 언급했다. 그는 분쟁조정 제도를 강화해 방송·통신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요금 분쟁, 품질 불만, 콘텐츠 심의 관련 이견 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나 이용자 피해를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추천 알고리즘과 광고 노출 규칙의 불투명성, 수수료·수익 배분 구조의 불균형, 창작자 대상 차별 문제 등 최근 플랫폼 공정성 논의와 맞물려 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뒷받침하는 배경으로 40년 이상 헌법학을 바탕으로 언론법과 인권법을 연구하고 강의해온 이력을 내세웠다. 그는 헌법의 이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가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를 구체화하는 언론법, 그리고 방송미디어통신 산업 규제와 진흥의 기초가 되는 경제헌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표현의 자유 보호와 허위조작정보 규율 사이의 경계 설정, 플랫폼 책임 범위, 알고리즘 투명성 의무 등 쟁점에서 헌법적 기준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마지막으로 그는 헌법학자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방미통위 조직을 조속히 안정화하고 각종 현안을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인공지능 활용 촉진과 불법정보 차단 강화라는 두 축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산업 경쟁력, 이용자 권리 보호가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가 향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새 위원회가 디지털 플랫폼과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규제 체계와 진흥 전략을 마련해 실제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