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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외품 지정 신청제 시범사업 논의…식약처, 산업경쟁력·안전관리 동시 겨냥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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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외품 분류 체계를 시장과 현장 수요에 맞게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업계와 학계, 소비자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정책 소통 채널을 통해 의약외품 지정 신청제 도입을 논의하면서다. 규제 관점에서의 안전 관리와 산업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노리는 시도로, 향후 의약외품 시장 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식약처는 26일 의약외품 안전 관리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약외품 정책·과학 소통 협의체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협의체에는 식약처 관계자와 유관 협회 및 단체, 학계, 관련 업체 등 약 20명이 참석해 지난 8월 1차 회의에서 다뤄진 안건을 구체화한다. 핵심 논의 축은 의약외품 지정 신청제 시범사업 운영 방안과 소비자와의 소통 강화 방안이다.

의약외품 지정 신청제는 기존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범주를 설정하던 구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와 업계가 의약외품 해당 여부를 직접 검토하고 신청하는 제도다. 지정 신청이 접수되면 전문가 및 위원회 자문을 거쳐 의약외품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식약처는 이 절차를 통해 시장 변화에 맞춘 안전 관리 기준을 보다 신속하게 마련하고, 새로운 제품 개발을 촉진하는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시범사업의 구체적 운영 모델이 논의된다. 예를 들어 어떤 품목군부터 신청을 허용할지, 자문위원회 검토 기준을 어떻게 설계할지, 기존 품목과의 중복이나 경계 품목에 대한 판단 기준을 어떻게 명문화할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현재 생활 위생, 감염 예방, 건강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능성 제품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의약외품과 일반 공산품 사이의 경계가 불명확해진 상황을 제도적으로 정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식약처는 이 논의를 식의약 안심 50대 과제 중 하나인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의약외품 범위 인정과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에서 먼저 등장한 기술과 제품을 사후적으로 제도에 맞추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 수요와 업계 제안을 제도 설계 과정 초기에 반영함으로써 규제와 산업 발전의 간극을 줄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자문 과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문 결과에 따라 의약외품으로 인정될 경우, 해당 제품군은 효능·효과 표기, 품질 관리, 유통 관리 등에서 보다 엄격한 틀 안에 들어가지만, 동시에 공신력과 시장 신뢰도를 확보해 제품 차별화에 유리해질 수 있다. 반대로 의약외품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마케팅 문구나 기능성 표시에 제약이 커지는 만큼, 심사 기준의 명확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 측에서는 안전성과 정보 제공 측면의 기대가 크다. 의약외품 지정 신청제 도입 시, 경계 품목에 대한 과학적 검토 결과가 축적되면서 어떤 제품이 실제로 의약외품 수준의 안전성과 효능을 갖췄는지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소비자와의 소통 강화 방안을 병행 논의하는 것도 이와 같은 정보 비대칭을 줄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당국은 협의체를 일회성 자문기구가 아니라 정기 운영하는 소통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협의체와 정기적으로 논의해 의약외품 정책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신준수 바이오생약국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의약외품은 국민 건강과 안전에 밀접한 제품인 만큼 이번 회의에서 제안된 안건을 심도 있게 검토해 정책 추진에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약외품 지정 신청제가 본격 도입될 경우, 생활용품과 건강관리 제품 전반에서 제도 편입을 둘러싼 경쟁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산업계는 새로운 제도가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며 안전과 혁신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규제 예측 가능성이 얼마나 확보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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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의약외품지정신청제#바이오생약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