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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형RIS로 전파 스킨 깐다”…LGU+, 지하·실내 품질 혁신 노린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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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형 지능형 표면 기술이 차세대 이동통신 실내 커버리지 전략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유플러스가 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과 손잡고 무전력 분산형 RIS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실증에 성공하면서, 6G 후보 대역으로 꼽히는 어퍼 미드밴드 환경에서도 지하와 실내의 불통 지대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이 가시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파 스킨을 공간 곳곳에 뿌려 두는 개념이 무선 인프라 투자 구조를 바꾸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는 포항공과대학교 홍원빈 교수 연구팀과 함께 무전력 분산형 지능형 표면과 강화학습 기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한 차세대 실내 커버리지 확장 기술을 실증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실증은 기존 일체형 RIS 구조의 설치 제약을 해결하면서, 6G 후보 주파수 대역에서 발생하는 급격한 전파 손실을 완화하는 방안을 실제 환경에서 검증한 데 의미가 있다.  

지능형 표면으로 불리는 RIS는 별도 전원이 없어도 패널 표면의 소자를 조절해 전파를 반사하거나 투과시키며, 특정 방향으로 신호를 집중시키는 기술이다. 도심 빌딩 밀집 지역이나 지하 공간처럼 전파가 잘 닿지 않는 음영지역에 전파 거울 또는 전파 스킨을 입혀 통신 품질을 끌어올리는 개념으로, 6G 세대의 핵심 인프라 기술로 거론된다. 기존에는 비교적 고주파수 대역에서 떨어지는 전파 도달 거리를 보완하는 용도로 기대를 모았지만, 정교한 정렬과 고정된 설치 구조가 한계로 지적돼 왔다.  

 

LG유플러스와 포항공대 연구팀은 패널을 하나의 대형 면으로 운용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액자나 간판 등 실내 소품 수준의 소형 RIS를 여러 개 분산 배치하는 구조를 실증했다. 이 같은 분산형 RIS를 적용하면, 어퍼 미드밴드처럼 대역폭과 커버리지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지만 벽과 유리, 도심 구조물에서 큰 침투 손실이 발생하는 환경에서도 세밀하게 통신 품질을 보정할 수 있다. 특히 건물 내부에 생기는 미세 음영 구역을 생활 소품 형태의 패널로 메우는 방식이어서, 인테리어와 통신 인프라를 결합한 새로운 구축 모델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현재 상용화된 RIS가 고정된 위치에서 기지국과의 정렬이 까다롭고 설치 기간이 길다는 문제에 주목했다. 실증 결과 분산형 RIS는 이러한 정렬 의존도를 낮추면서 설치 유연성을 크게 높였다. 여기에 강화학습 기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접목해, 기지국 위치와 실내외 구조, 사용 주파수 대역 정보를 학습한 뒤 최적의 RIS 배치와 동작 패턴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지능형 전파 제어 인프라로 동작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연구팀은 분산형 RIS를 적용한 환경에서 비직접 경로 전파가 지배적인 실내 NLoS 조건에서 신호 감쇠를 큰 폭으로 줄이고 커버리지를 확장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NLoS 환경이란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에 벽이나 설비 같은 장애물이 있어 직선 경로 전파가 차단되고, 반사나 회절 신호만으로 통신이 이뤄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분산된 RIS 패널이 다중 반사 경로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단말 입장에서는 더 강하고 안정적인 신호 경로를 확보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번 기술은 6G 후보 대역뿐만 아니라 현재 상용 중인 5G와 와이파이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사용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고주파수로 갈수록 전파 감쇠가 급격히 커지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지국과 중계기를 촘촘히 구축해야 하는데, 저비용 무전력 RIS 패널을 여러 지점에 설치하면 전체 인프라 구축과 운영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를 바꿀 수 있다. 통신 사업자 입장에서는 네트워크 투자를 기존 철탑 중심에서 건물 내외 전파 스킨 중심 구조로 분산시키는 전략 카드가 추가된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RIS와 유사한 재구성 지능형 표면 기술 경쟁이 초기 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연구진을 중심으로 고주파 대역 통신 품질 보완과 에너지 절감 측면에서 기술 개발이 활발하지만, 분산형 RIS를 무전력 전파 스킨 개념으로 지능 배치까지 결합해 실증한 사례는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와 포항공대의 이번 실증이 국내 통신사가 차세대 전파 제어 인프라 영역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 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정책 차원에서는 이러한 신기술이 6G 표준화와 주파수 정책에 어떤 형태로 반영될지가 향후 변수다. 어퍼 미드밴드 대역 할당 구조와 빔포밍 기술 기준에 RIS 활용 가이드라인이 포함될 경우, 기지국 설계뿐 아니라 건축물 통신 설계 규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RIS 패널에 장착되는 제어 칩과 센서에서 수집되는 데이터가 증가하면서, 실내 위치 정보 보호와 전파 환경 제어에 대한 규제 논의도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향후 분산형 RIS가 상용화되면 공장과 물류센터 같은 산업 현장에서 생산라인과 물류로봇 통신 안정성을 높이고, 터널과 지하철 역사 같은 공공 인프라, 대형 공연장과 스포츠 경기장 등 엔터테인먼트 공간에서도 저지연·균일 커버리지를 구현하는 도구로 쓰일 전망이다. 초고해상도 영상 스트리밍과 실시간 제어 트래픽이 동시에 오가는 복잡한 네트워크 환경에서, 전파 스킨이 품질 기반 인프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상헌 LG유플러스 네트워크선행개발담당은 분산형 RIS 기술 검증을 통해 기존 RIS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 보다 넓은 커버리지 제공이 가능함을 확인했다고 설명하며, LG유플러스가 앞으로도 차세대 통신 기술을 선도해 6G 시대에 최적화된 통신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홍원빈 포항공대 교수는 분산형 RIS 기술을 세계 최초로 무전력 전파 스킨의 지능적 배치와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규정하며, 무선 전파 환경을 소프트웨어처럼 제어해 효율적인 통신 시스템 구성을 가능케 하는 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RIS가 요구하던 정렬 설치 한계를 넘어 건물 내외 어디서든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게 된 점을 혁신으로 꼽았다. 산업계는 이 같은 전파 스킨 전략이 실제 상용 네트워크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지켜보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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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포항공대#분산형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