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줄기세포 병행치료”…국내 연구진, 근감소증 타깃 새 전략 제시
운동과 줄기세포를 함께 활용하는 복합 치료 전략이 근감소증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령 인구 증가로 근감소증은 노년기 낙상과 골절, 만성질환 악화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부각돼 왔지만 확실한 약물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 연구진이 동물실험을 통해 운동과 줄기세포 치료를 병행했을 때 근육량과 근기능, 염증 억제에서 모두 뚜렷한 시너지 효과를 확인하면서 향후 정밀의학 기반 재활치료 전략 전환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은 재활의학과 박철현 교수와 정동화 연구원, 김민정 박사 연구팀이 근감소증 동물 모델을 이용해 운동과 줄기세포 치료를 동시에 적용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는 노화 쥐의 근육을 일정 기간 고정해 활동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근감소증 모델을 구축한 뒤, 네 개의 그룹으로 나눠 4주 동안 변화를 추적 관찰하는 설계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노화 쥐를 운동 단독치료군, 줄기세포 단독치료군, 운동과 줄기세포 병행치료군, 그리고 아무 처치를 하지 않은 대조군으로 구분했다. 이어 각 그룹에 설정된 프로토콜에 따라 일정 기간 운동을 부여하거나 근육 내 줄기세포를 주입하고, 근육의 양과 구조, 기능과 염증 수준을 다각도로 평가했다. 줄기세포는 손상된 근섬유 재생을 돕고 염증 환경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세포로, 재생의학 분야에서 근골격계 질환 치료 후보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그 결과 운동과 줄기세포를 병행한 그룹에서 비복근 근육 무게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증가했고, 운동군이나 줄기세포 단독치료군보다도 우수한 수치를 보였다. 비복근은 종아리 뒤쪽의 주요 근육으로, 체중 부하와 보행, 균형 유지에 직접 관여하는 부위다. 연구진은 조직학적 분석을 통해 근섬유 단면적 역시 병행치료군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확인하며, 물리적 근육량 회복이 동반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능 평가에서도 병행치료 효과는 뚜렷했다. 연구팀은 로터로드 테스트를 활용해 쥐가 회전 막대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측정했다. 이는 근력뿐 아니라 균형 감각과 신경근 협응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다. 병행치료군은 대조군 대비 낙하까지 버틴 시간이 약 3배 이상 길어졌으며, 다른 단독치료군과 비교했을 때도 가장 우수한 운동 수행 능력을 보여 근육 기능 회복이 구조적 변화와 함께 일어났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염증 지표 분석에서도 복합 치료의 효과가 관찰됐다. 근감소증의 핵심 기전 가운데 하나는 만성 저등급 염증이다. 노화나 활동 저하로 근육 조직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증가하면 단백질 분해가 촉진되고, 근섬유 재생이 억제돼 근육이 점차 위축된다. 이번 연구에서 병행치료군은 근육 내 염증성 사이토카인 수치가 네 그룹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운동이 대사 기능을 개선하고 항염 효과를 유도하는 동시에, 줄기세포가 국소 조직에서 염증 조절과 재생 신호를 강화하면서 상호 보완 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근감소증 치료 전략 측면에서 보면, 이번 결과는 단일 접근법 중심의 기존 관리 패턴에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규칙적인 근력 운동과 단백질, 비타민 D 보충 등 생활습관 교정이 핵심 처방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호르몬 또는 대사 관련 약제가 보조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표준 치료제로 인정받은 약물은 부재한 상황이다. 재활의학과와 재생의학을 결합한 복합 접근은 근육의 양, 기능, 염증 환경을 동시에 겨냥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치료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관점에서 이번 연구는 줄기세포 치료 기술의 적용 영역을 확장하는 근거를 더했다. 줄기세포는 퇴행성 관절염이나 척수손상, 심혈관질환 등에서 주로 연구돼 왔는데, 근감소증과 같이 전신적 노화와 연관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선 아직 임상 근거가 제한적이다. 특히 동물 모델에서 운동과 병행했을 때 구조적 회복과 기능 향상이 동시에 관찰됐다는 점은 향후 사람 대상 임상시험 설계 시 운동 강도와 빈도, 줄기세포 투여 시점과 용량을 조합하는 정밀 프로토콜 개발로 이어질 여지가 있어 주목된다.
박철현 교수는 현재까지 근감소증에 대해 확실하게 검증된 약물 치료제가 없는 만큼, 이번 연구는 복합 치료 개념이 노화 연관 근감소증 치료 전략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사람에게 바로 적용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단계가 많은 만큼, 더 정교한 동물 모델 구축과 장기 추적 연구 등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화 정도, 기저질환, 생활습관이 다양한 고령 환자군을 반영하는 임상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임상 연구에서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될 경우, 근감소증 예방과 치료의 중심이 운동 재활, 영양 관리, 세포 치료를 통합한 다학제 프로그램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다만 줄기세포 치료 특성상 비용과 윤리, 안전성 검토, 규제 당국의 허가 기준 등 해결해야 할 요인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세포원 확보와 제조 공정 표준화, 장기 추적을 통한 종양 형성 위험 검증 등은 필수 관문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분자과학저널 최신 호에 게재됐다. 재활의학과 재생의학을 접목한 근감소증 치료 연구가 국제 학술 무대에서 소개된 만큼, 후속 연구와 임상 전환을 둘러싼 국내외 협력 경쟁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운동과 줄기세포를 결합한 복합 치료 개념이 실제 고령 사회의 표준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향후 연구의 방향과 제도 환경을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