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진단 규제 가이드 손질한다…식약처, 2025 심사 기준 공유로 산업 숙제 풀기
체외진단의료기기 규제가 정밀해지면서 업계의 요구도 커지는 가운데, 규제당국이 2025년 심사 기준을 선제적으로 공유하며 소통에 나선다. 특히 임상적 성능평가와 차세대염기서열분석, 유전자가위 기반 체외진단 등 첨단 기술 영역까지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해, 기업들이 개발 단계에서부터 허가 전략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허가·심사 과정에서의 보완·반려 사례가 직접 공유되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글로벌 규제 수준에 맞춘 제품 설계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2025년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심사 민원 설명회를 충북 청주오스코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체외진단의료기기 제조·수입업체 관계자 등으로, 향후 1년간 적용될 주요 규제 변화와 심사 쟁점을 한 번에 짚어보는 자리다. 평가원은 체외진단 분야 기업들이 허가 전략 수립 단계에서부터 최신 심사 기준을 반영하도록 지원하는 데 설명회의 초점을 맞췄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먼저 2025년 가이드라인 제·개정 추진 사항이 세부적으로 안내된다. 체외진단의료기기 임상적 성능평가보고서 작성 가이드라인, 유전자가위 기술 이용 체외진단의료기기의 개발 및 허가심사 시 고려사항, 차세대염기서열분석 체외진단의료기기 성능평가 가이드라인 등이 핵심 내용이다. 임상적 성능평가보고서 가이드라인은 체외진단기기가 실제 환자 검체에서 어느 정도 정확도와 민감도, 특이도를 보이는지 입증하는 방식과 통계 설계를 표준화하는 문서다. 그동안 업체별로 서술 방식과 통계 접근법이 달라 심사 과정에서 반복적인 보완 요구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체외진단의료기기는 특정 DNA 서열을 정밀하게 인식하고 절단하는 원리를 이용해 표적 유전자의 존재 여부를 감지하는 방식이다. 기존 면역진단이나 PCR 기반 진단과 비교해 표적 특이성이 높고, 일부 진단 플랫폼은 현장 진단이나 초고속 검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절단 반응의 특이성 검증, 비표적 효과 평가, 표준물질 설정 등에서 새로운 규제 쟁점이 많아 가이드라인 정비가 필요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발 단계부터 어떤 비임상 시험과 임상 검증을 요구하는지 명시해 업계의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 체외진단의료기기 성능평가 가이드라인도 주목된다. NGS는 한 번에 방대한 양의 유전 정보를 읽는 기술로, 암 유전자 패널 검사, 희귀질환 진단, 약물 반응 예측 등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수십에서 수백 개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하는 특성상, 각 유전자별 민감도·특이도 평가 방법과 변이 해석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규제 기준이 복잡했다. 새 가이드라인은 분석 민감도 기준, 최소 검출 변이 빈도, 품질관리 지표 등을 명확히 제시해 병원과 기업이 동일한 규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설명회에서는 기술별 가이드라인 소개에 더해 임상적 성능평가를 위한 임상 통계 강의가 병행된다. 표본 수 산정, 비교군 설정, 비열등성 검정 등 체외진단에 특화된 통계 설계 원칙을 설명해 실제 임상시험 설계 단계에서 심사 기준에 맞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구성이 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체외진단기기가 동반진단, 선별검사, 감염병 긴급진단 등 다양한 의료 상황에 투입되면서, 용도별로 요구되는 통계적 검증 수준을 어떻게 차별화할지에 대한 설명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허가·심사 사례 공유도 업계의 관심 포인트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최근 심사 과정에서 보완 요구가 많았던 항목과 반려로 이어진 대표 사례를 정리해 소개할 예정이다. 제품 설명서의 검체 종류 표기 오류, 성능시험 설계 미비, 임상 자료의 대상군 정의 불명확 등 반복되는 실무적 문제들이 공개되면, 기업들은 같은 이유로 허가 일정이 지연되는 일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또한 허가증과 인증서에 기재되는 작용원리 항목과 관련된 심사 사례도 패널토론 형태로 논의된다. 작용원리는 체외진단기기가 어떤 물리·화학·생물학적 원리를 통해 검출 신호를 생성하는지를 기술하는 부분으로, 오기재나 과도한 마케팅성 표현으로 인해 심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내 체외진단 업계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 진출 경험을 빠르게 쌓았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정밀진단과 개인맞춤의료를 겨냥한 고급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상적 성능평가, 유전자가위, NGS 등 첨단 기술을 포괄하는 규제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되면, 제품 기획 단계부터 허가 요건을 설계하는 이른바 규제 기반 혁신 전략이 한층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도 체외진단 규제를 정비하고 있어, 한국의 가이드라인 수준이 글로벌 동향과 어떻게 정렬되는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설명회가 체외진단기기 업계의 허가·심사 이해도를 높이고 안전하고 효과 있는 체외진단의료기기 개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규제과학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계와의 소통을 지속해 제품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향후 실제 심사 과정에서 이번 가이드라인 정비와 사례 공유가 어느 정도 일관되게 적용되는지를 지켜보며, 체외진단 규제 환경이 혁신 촉진형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