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병상까지 지킨다…대웅제약, 스마트 회복실 전환 시동
인공지능 기반 병상 모니터링 기술이 정형외과 특화 병원의 회복실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다. 대웅제약이 연세새로운병원에 도입한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는 수술 직후 불안정한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낙상과 예기치 못한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솔루션이다. 업계에서는 고령·수술 환자가 집중된 병동에서 AI 모니터링을 전면 적용한 사례로, 스마트병원 전환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웅제약은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를 연세새로운병원 40개 병상에 구축해 운영을 시작했다고 16일 밝혔다. 정형외과 중심 병원 특성에 맞춰 수술 후 회복 과정 모니터링, 낙상 예방, 환자 이동 편의성 향상 등이 핵심 목표로 설정됐다. 특히 수술 환자 비중이 높은 병동에 우선 적용해 임상적 효과와 운영 효율을 동시에 검증하는 데 방점을 뒀다.

연세새로운병원은 관절, 척추, 골절 등 정형외과 질환 환자가 많고, 이 가운데 고령이거나 활동이 제한된 환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전신마취를 동반한 수술이 빈번해 수술 직후 일정 시간 동안 심혈관계 부작용과 호흡저하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회복실과 일반 병동 모두에서 상시 관찰에 가까운 모니터링 수요가 있었지만, 인력과 장비 제약으로 한계가 지적돼 왔다.
씽크는 이러한 수요를 겨냥해 실시간 생체신호 추적과 응급 대응 체계를 통합한 형태로 설계됐다. 심박수, 산소포화도, 호흡수, 체온, 심전도 등 주요 활력징후를 24시간 연속 수집한 뒤 AI 기반 알고리즘으로 이상 패턴을 분석하고, 위험 징후가 감지되면 즉시 의료진 단말기에 알림을 전송한다. 수동으로 주기적 바이탈을 체크하고 차트에 기록하던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의료진이 실제 처치와 의사결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구조다.
기술 구현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선 웨어러블 기기 적용이다. 기존 유선형 모니터링 장비는 센서와 본체를 잇는 선이 침상 주변에 얽히면서 낙상 위험을 키우거나, 환자 이동과 체위 변경을 제약하는 단점이 있었다. 씽크는 몸에 부착하는 소형 센서와 무선 통신 모듈을 활용해 이 같은 물리적 제약을 줄였다. 센서가 감지하는 움직임 데이터를 분석해 평상시와 다른 급격한 동작이나 불규칙한 움직임을 포착하고, 야간이나 사각지대에서도 잠재적 낙상 상황을 조기에 식별해 알림을 보내는 구조다.
정형외과 특성상 수술 부위 고정과 보행 보조기 사용 등으로 환자 체위 변경과 이동이 잦은 점도 AI 모니터링과 결합될 경우 효율 개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환자는 선에 걸릴 우려 없이 리허빌리테이션과 이동을 이어갈 수 있고, 의료진은 병실이나 복도, 화장실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환자의 안전 상태를 한 화면에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실질적으로 수술 후 조기 보행과 재활을 장려하면서도 안전성 관리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세새로운병원은 이미 수술 환자, 고령 환자, 활동 제한 환자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AI 모니터링 시스템의 시험대 역할을 하게 된다. 김호성 연세새로운병원 병원장은 정형외과 환자는 작은 변화에도 즉각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의 효과가 크다며, 씽크 도입이 환자 안전성과 진료 품질을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술 후 초기에 발생하는 산소포화도 저하, 부정맥, 발열 등은 조기 발견 여부에 따라 예후가 달라질 수 있어, AI 기반 경보 시스템의 기여도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관점에서 대웅제약의 행보는 의약품 중심 비즈니스에서 병원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솔루션 제공자로 외연을 확장하는 사례로 해석된다. 박형철 대웅제약 ETC마케팅 본부장은 정형외과 특화 병원에 씽크가 도입된 것은 환자 이동 편의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인 의미 있는 사례라고 평가하면서, 병원별 특성에 맞춘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지속 제공해 스마트병원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진료과에 특화된 맞춤형 모니터링 패키지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 기반 병상 모니터링과 환자 상태 예측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북미와 유럽 주요 병원들은 무선 모니터링, 조기 경고 점수 체계, 예측 분석을 결합해 중환자실뿐 아니라 일반 병동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일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시범 도입 단계에 머물러 있어, 이번 연세새로운병원 사례가 중소·전문 병원급으로 기술 확산이 이뤄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AI 모니터링 확대는 규제와 표준 측면에서도 과제를 안고 있다. 생체신호 처리 소프트웨어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경우, 당국 허가와 성능 검증 절차가 요구되며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규정도 충족해야 한다. 특히 낙상이나 응급 상황 경보의 정확도와 오경보 비율은 실제 환자 안전과 의료진 업무 부담에 직결되는 만큼, 현장 데이터 축적을 통한 알고리즘 고도화가 병행돼야 할 전망이다.
의료계와 업계에서는 정형외과 병동을 비롯한 고위험 병동에서 AI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이 표준 진료 환경에 편입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수술 후 합병증과 낙상을 줄여 재원 기간과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보험 제도와 병원 경영 측면에서도 도입 유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떤 성과 지표를 만들어낼지, 그리고 스마트병원 전환 흐름 속에서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