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룸살롱 접대 의혹 동선 추적”…공수처, 지귀연 부장판사 첫 강제 수사 나섰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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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핵심을 겨누는 재판을 맡은 현직 부장판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여성 접대부가 있는 주점에서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귀연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두고, 공수처가 강제 수사에 착수하면서 사법·정치권이 동시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지귀연 부장판사의 택시 애플리케이션 이용 기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공수처가 지 부장판사와 관련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공수처는 택시 호출·탑승 시간과 출발지·도착지 등의 데이터가 저장된 택시 앱 회사 서버를 확보해, 룸살롱 접대 의혹이 제기된 시점 전후 지 부장판사의 이동 동선을 추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실제 이동 경로와 민주당이 제시한 의혹 제기 내용, 사진 속 장소 등을 비교·대조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공수처가 지 부장판사의 계좌와 신용카드 사용 내역, 실물 휴대전화 확보를 위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초기부터 법원이 강제 수사 범위에 제동을 건 셈이라, 향후 공수처 수사 속도와 범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귀연 부장판사를 둘러싼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5월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치권 전면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지 부장판사가 여성 종업원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며, 서울 강남의 한 주점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지 부장판사가 동석자 2명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제시했다.  

 

해당 문제 제기 이후 시민단체가 지 부장판사를 뇌물수수와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사건을 수사3부에 배당해 예비 조사에 착수했고, 강제 수사는 택시 앱 기록 압수수색을 통해 본격화된 셈이다.  

 

사법부 내부 조사에서도 온도 차가 드러났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지난 9월 법원 감사위원회 심의 결과를 통해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 스스로 직무 관련성 판단에 선을 긋자, 당시에는 징계나 인사 조치 논의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공수처가 별도 형사 수사를 이어가고, 강제 수사 단계로까지 나선 만큼 사법부와 수사기관 간 판단이 엇갈릴 여지도 제기된다. 특히 계좌·카드 내역과 휴대전화 확보 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만큼, 공수처가 택시 이동 기록과 주변 참고인 조사 등을 토대로 추가 신빙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수사의 다음 관문이 될 전망이다.  

 

지 부장판사가 맡고 있는 사건의 성격도 정치적 파장을 키우는 요소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2023년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재판을 전담하고 있다. 야권은 일찌감치 "정권 핵심 인사를 겨냥한 재판을 맡은 재판장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여당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공세 수위는 조절하는 분위기지만, 사법부의 중립성과 공수처 수사 동시 검증을 강조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반면 야당 일각에서는 "현직 부장판사도 예외 없이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며 고강도 수사 촉구 목소리가 나온다. 공수처 설치 근거 자체가 고위 공직자의 비리 척결에 있는 만큼, 몸통에 대한 수사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논리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수사 결과가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내란 혐의 재판 진행과 법원 인사에도 직간접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공수처가 택시 앱 기록 분석을 마친 뒤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청구할지, 또는 참고인 조사와 소환 조사 등으로 수사 범위를 넓힐지에 따라 정국 파장도 달라질 전망이다.  

 

공수처는 확보한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 조사와 사실관계 확인을 이어갈 계획이다. 국회와 정치권도 수사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어, 향후 재판 진행 상황과 맞물려 공수처와 사법부를 둘러싼 공방이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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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연#공수처#윤석열전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