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메기 되겠다”…조국, 사면 100일 만에 조국혁신당 대표 복귀
정치개혁을 내건 제3지대와 거대 양당의 이해가 맞부딪쳤다.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정계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출소 100일 만에 당권을 거머쥐면서 내년 지방선거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정체된 지지율과 미약한 존재감을 어떻게 돌파할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조국혁신당은 23일 전당대회를 열고 조국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신임 당 대표로 선출했다. 조 대표는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수감 생활을 마친 뒤 당내 성 비위 사건을 계기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조기 등판했으며, 이 과정에서 사실상 차기 당권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조 대표의 당권 수임이 이미 기정사실로 여겨져 온 데다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실질적으로 당을 이끌어온 만큼 새로운 국면 전환 계기가 되기에는 힘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조국혁신당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다. 조 대표는 앞서 지방선거 목표와 관련해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은 0명으로 만들고,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은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해왔다. 보수 진영의 지방 권력을 대규모로 교체하겠다는 구상이다.
진보 진영 지지세가 강한 호남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연합 없이 독자 후보를 내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조 대표는 호남 전략에 대해 "정치적 메기가 되겠다"고 표현하며 민주당 일당 지배 구조에 균열을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은 여론조사에서 2∼4%대 지지율 박스권에 묶여 있다. 한국갤럽이 11월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전국 3%에 그쳤고,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광주·전라 지역에서도 4%에 머물렀다. 조사의 조사 기간은 11월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아직 조국혁신당만을 민주당 2중대라고 생각한다"며 "조국혁신당만의 색깔과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조국혁신당이 거대 양당 사이에서 차별성을 명확히 드러내지 못한 상태에서 조 대표 사면 이후 당내 성 비위 사태까지 겹치며 동력 상실을 겪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혁신·쇄신안을 내놓으며 당 재건 작업에 나섰지만, 여론의 뚜렷한 반응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조 대표 체제 2기는 정치개혁과 조세정의, 부동산 정책 등을 전면에 내세워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네 개 정당이 참여하는 정치개혁 연석회의가 주요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연석회의는 교섭단체 요건 완화, 단체장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등 정치제도 개혁 과제를 제시해 왔다. 이 과제들은 대선 전 더불어민주당까지 참여한 원탁회의 선언에서 합의됐지만, 대선 이후 민주당은 관련 의제에 힘을 싣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대표는 연석회의 대표 자격으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정치개혁 현안을 놓고 직접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구도를 구상하고 있다. 야권 내 제3지대 리더로서 존재감을 키우는 동시에,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명확히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세·부동산 분야도 혁신당이 선명성을 앞세우는 지점이다. 조국혁신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보유세나 배당분리과세, 금융투자소득세 등 불평등 구조를 완화할 조세재정 정책을 세게 밀고 나갈 것"이라며 "돌봄, 건강, 주거 등에서도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정책적 비전을 내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정의와 사회안전망 강화 이슈를 전면으로 끌어올려 진보정당으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조 대표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를 둘러싼 공개 토론을 추진하는 등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여권과의 정면 대치 국면을 연이어 만들면서 제1야당인 민주당과는 다른 각을 세우려는 행보다.
당 관계자는 "조국혁신당이 있어야 정치가 나아지고 내 삶도 나아진다고 국민이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당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지지율 도약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발언으로 읽힌다.
정치권의 관심은 조 대표 본인의 출마 여부로도 쏠리고 있다. 잠재적 출마지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이 꾸준히 거론돼왔다. 야권 핵심 승부처에 직접 나서 정치적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조 대표는 "모든 후보의 판을 짜고 난 뒤 맨 마지막에 어디 갈지 선택할 것"이라고 언급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당내 기반을 충분히 다진 뒤 최종 승부처를 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 설정도 조국혁신당의 향후 진로를 가를 변수다. 야권 표의 분산을 우려하는 시각 속에 양당 합당설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조 대표는 "혁신당의 독자적 과제, 정책과 비전이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독자 노선을 유지한 채 정책 연대와 선거 연합 가능성만을 열어두는 방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정치권에서는 조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어느 수준의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야권 내 위상과 향후 합종연횡 구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가 조국혁신당의 제3지대 정당으로서 생존 여부와 민주당과의 관계 재정립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국회와 야권은 조 대표 체제 출범과 맞물려 정치개혁, 조세정책, 선거제 논의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은 지방선거를 고리로 제3지대 세력화에 나설 계획이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역시 지지층 결집을 위한 대응 전략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