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꿀 6개의 숫자”…로또 1등 17억의 꿈, 일상이 되다
요즘 토요일 밤이 유난히 설렌다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만화 같은 행운이라 여겨졌던 로또 1등 당첨이, 이제는 소소한 일상 습관이 됐다. 6개의 숫자에 인생의 반전을 꿈꾸며 한 장의 용지를 꺼내 드는 사람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굳게 닫힌 내일을 조금은 기대해 보는 마음이 담겨 있다.
실제 지난 11일, 제1193회 동행복권 로또 추첨에서 1등 당첨 번호 ‘6, 9, 16, 19, 24, 28’의 주인공은 전국 16명이나 됐다. 이들 중 9명은 자동, 7명은 수동으로 번호를 골랐다. 각각 17억 1,701만원이 한 명씩의 몫이다. 2등은 84명, 3등은 3,635명 등 수만, 수십만 명이 매주 당첨 발표에 마음을 내려놓곤 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몇 년 사이 로또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했고, ‘일단 한번 사본다’고 고백하는 2, 30대 직장인도 크게 늘었다. 보통은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자조적 농담과 함께이지만, 누군가는 가족, 친구와 추첨을 기다리고, 또 누군가는 직접 자신만의 숫자를 꾸며 넣는다. 서울 강서구 미나식품 같은 익숙한 동네 편의점도 어김없이 ‘1등 판매점’ 명판을 달았다.
심리학자들은 이 흐름을 ‘희망의 소비’라고 부른다. “작은 돈으로 큰 꿈을 사는 그 과정 자체가, 각박한 일상에서의 잠깐의 탈출구이기도 하다”며, “물론 기대 뒤의 허탈함도 크지만, 실은 ‘내일 뭔가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만으로도 버틸 힘이 된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번엔 내 번호랑 한 개 차이었다”, “수동이냐 자동이냐로 친구랑 내기했다가 치킨 쏘게 됐다”, “매주 5,000원이 인생의 활력소”라는 말부터 ‘행운을 나누고 싶다’, “1등 판매점 순례라도 해봐야겠다”는 소소한 다짐까지, 결과와 상관없이 매주 반복되는 같은 풍경.
지금의 로또는 단지 거액의 당첨금이 아니라, 익숙한 현실 한 켠에 숨겨둔 가능성의 상징이 됐다. ‘혹시 오늘은 내 차례일까’ 하는 설렘과 와르르 무너지는 허탈함, 그리고 그 다음 주에 또다시 한 장을 손에 쥐게 하는 마력까지.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