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검색 첫 답을 쓴다"…네이버, 요약 검색 상용화로 포털 재도약 노린다
네이버가 검색 결과를 인공지능이 먼저 요약해 보여주는 AI 브리핑 서비스로 검색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 키워드를 입력하면 링크 목록을 나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사용자가 실제로 궁금해하는 핵심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화형 검색 형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야간 진료 병원 찾기, 아이 동반 식당 검색처럼 생활 밀착형 상황에서 사용자는 여러 페이지를 옮겨 다니지 않고도 AI가 정리한 정보를 바로 확인하면서 검색 시간이 줄고 의사결정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가 촉발한 검색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네이버가 포털 중심의 AI 검색 플랫폼으로 다시 한 번 입지를 다지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11일 기준 AI 브리핑이 적용된 검색은 전체 네이버 검색의 20퍼센트를 넘어섰다. 최수연 대표가 8월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연말까지 달성하겠다고 제시한 목표를 약 두 달 앞당겨 채운 셈이다. AI 브리핑은 3월 출시 이후 9월까지 통합검색 쿼리 대비 적용 비율을 15퍼센트까지 늘렸고, 월간 이용자 수는 3천만 명을 넘어섰다. 단순 실험 기능이 아니라 다수 사용자가 매일 접하는 기본 검색 경험으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효과가 가장 두드러진 영역은 식당과 카페 같은 로컬 장소 검색이다. 리뷰를 자동 요약해 보여주는 플레이스 AI 브리핑 도입 이후 사용자 체류 시간은 10.4퍼센트, 추가 정보를 더 본다는 의미의 클릭률은 27.4퍼센트 증가했다. 검색 후 예약이나 주문으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성과도 8퍼센트 늘어, AI 기반 검색 개편이 실제 소상공인 매출 지표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뷰 탐색을 AI가 전처리해주면서 사용자는 보다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사업자는 더 많은 전환 기회를 얻는 구조다.
네이버 AI 브리핑의 설계 핵심은 검색 영역별 맞춤형 AI 적용이다. 모든 검색어에 같은 형태의 생성형 요약을 일괄 제공하는 방식 대신, 검색 의도와 정보의 민감도에 따라 구조와 출처를 다르게 짜는 전략을 택했다. 의료와 공공 분야처럼 신뢰성이 최우선인 영역에는 검증된 기관의 문서만으로 답변을 구성하는 특화 브리핑을 얹었다. 건강 정보는 3차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 관련 학회 자료를 기반으로 요약하고, 공공 정보는 정부와 공공기관 문서를 데이터 원천으로 삼는다. AI가 임의로 추론하거나 인터넷 게시글을 임의 인용할 여지를 줄여 허위·과장 정보를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반대로 장소 탐색이나 생활 정보처럼 이용자 경험과 취향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사용자 리뷰를 적극 활용해 자연어 요약을 제공한다. 실제 방문 후기가 쌓인 리뷰 데이터를 AI가 구조화하면, 유모차 출입 가능 여부나 대기 시간처럼 기존 검색 필터로 걸러내기 어려웠던 조건들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도입된 AI 쇼핑 가이드는 상품 스펙과 후기, 가격 정보를 묶어 비교 포인트를 정리해주고, 숏폼 콘텐츠 요약 기능은 짧은 동영상 속 핵심 내용을 텍스트로 정리해 소비 장벽을 낮춘다. AI 브리핑이 검색과 쇼핑, 콘텐츠 소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흐름이다.
이 같은 전략의 배경에는 네이버가 20여 년 간 축적해 온 검색 인프라와 국내 최대 수준의 콘텐츠 생태계가 깔려 있다. 블로그와 카페, 리뷰로 대표되는 방대한 사용자 생성 콘텐츠는 생활 밀착 정보를 촘촘하게 담고 있다. 생성형 AI의 언어 처리 능력이 상향 평준화되는 환경에서, 네이버는 검색 경쟁력이 결국 이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수집하고 정교하게 색인하며, 문맥에 맞게 재조합하느냐에서 갈린다고 보고 관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AI를 위한 데이터가 아니라, 원래 존재하던 검색 데이터를 AI가 재활용하는 구조를 강화하는 셈이다.
기술 구조 측면에서는 자체 검색엔진과 생성형 AI 모델을 통합 운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외부 대형 언어 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네이버가 직접 구축해 온 크롤링·색인·랭킹 시스템을 기반으로 필요한 문서를 선별한 뒤 그 위에 생성형 요약을 얹는 구조다. 먼저 검색엔진이 수많은 웹 문서 중에서 사용자 의도에 맞는 후보군을 빠르게 모아오고, 이후 생성형 AI가 이들을 압축·요약해 답변 형태로 재구성하는 식이다. 네이버 측은 이 조합 방식이 정보 출처를 명확히 하고 최신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해 AI 답변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AI 브리핑은 플랫폼 내에서 이용자와 창작자를 연결하는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답변 상단에는 요약된 핵심 정보가 노출되지만, 그 아래에는 원문 콘텐츠와 작성자 정보가 직관적으로 배치된다. 요약이 사용자의 클릭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더 적합한 원본 콘텐츠로 안내하는 입구 역할을 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네이버는 AI 검색 환경에서 창작물의 기여도를 추적하고 노출과 보상을 연계하는 프로젝트도 준비하며, 창작 생태계가 AI에 잠식되기보다는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네이버는 AI 브리핑을 단순 검색 결과 요약을 넘는 통합 에이전트로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쇼핑, 금융, 커뮤니티, 로컬, 캘린더 등 자사가 운영하는 서비스 전반을 하나의 AI 탭 안에 묶어, 사용자가 질문만 던지면 예약과 결제, 일정 등록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와 가기 좋은 식당을 찾은 뒤 바로 예약을 잡고, 가족 일정 캘린더에 반영하며, 결제 수단까지 연동하는 종합 에이전트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네이버는 이런 통합형 AI 탭을 내년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배경에는 오픈AI의 챗GPT 등장 이후 나타난 글로벌 검색 행태 변화가 자리한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키워드를 조합해 입력한 뒤 여러 링크를 직접 방문하며 정보를 정리했지만, 생성형 AI 확산 이후에는 자연어로 질문하면 요약된 답을 받는 방식이 새 표준으로 부상했다. 검색과 대화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사용자는 보다 추상적이고 복합적인 요구를 AI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기존 검색 결과를 기반으로 한 AI 브리핑을 빠르게 도입한 것은 이런 흐름을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 맞춰 재해석한 결과로 해석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정보를 요약해 보여주기 위해서는 자체 검색엔진 기술이 결정적이라고 강조한다. 수많은 웹 페이지 가운데 사용자 의도에 맞는 정보를 정확히 색인하고, 이를 시점별·신뢰도별로 랭킹하는 구조가 제대로 작동해야만 AI가 참고할 기반 데이터가 안정적으로 확보되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네이버가 약 25년 동안 한국 웹 생태계에서 쌓아 온 크롤링과 랭킹 기술 덕분에 방대한 국문 문서를 빠르게 수집하고 정렬할 수 있고, 이 검색 결과를 토대로 AI가 요약을 제공하기 때문에 AI 검색 환경에서도 상대적으로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검색과 생성형 AI의 결합 경쟁이 이미 본격화된 상태다. 미국에서는 생성형 답변을 검색 상단에 노출하는 실험이 이어지고 있고, 챗봇과 검색창을 통합하려는 시도도 잇따른다. 중국과 유럽에서도 자국어에 최적화된 AI 검색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국내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검색 점유율을 발판 삼아 선제적으로 AI 재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이 AI 요약을 어느 수준까지 신뢰하고 실제 검색 습관을 바꿀지는 아직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산업계는 네이버가 구축 중인 AI 브리핑과 통합 에이전트가 국내 포털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 그리고 글로벌 검색·AI 기업들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어떤 차별화를 보여줄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