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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 10일 중동·아프리카 순방 마쳐”…이재명 대통령, 귀국 후 규제·물가·개혁 드라이브 예고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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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성과와 국내 민생 과제가 다시 맞붙었다. 중동·아프리카 순방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귀국과 동시에 규제 혁신과 물가 안정, 개혁 과제에 힘을 쏟겠다는 구상을 드러내며 정국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11월 26일 오전 서울공항으로 귀국했다. 7박 10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튀르키예를 차례로 방문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도 참석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순방으로 올해 예정된 다자외교 일정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 대통령은 순방 기간 각국 정상과의 회담을 통해 방위산업, 원자력발전, 문화, 인공지능 등 여러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UAE와의 정상회담에서 방산 공동개발과 현지 생산 추진에 의견을 모으고, 에너지와 첨단기술 분야 연계를 확대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고 전했다.  

 

이집트 방문에서는 카이로대학교 연설을 통해 한국 정부의 대중동 전략인 샤인 이니셔티브를 처음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중동과 한국이 함께 빛나는 성장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인 이니셔티브에는 에너지 전환, 인프라, 디지털 전환, 인적교류 확대 등이 포괄적으로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튀르키예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차기 원전 건설 사업이 핵심 현안으로 다뤄졌다. 양측은 원전 기술 협력과 더불어 방산, 재건 인프라 분야의 패키지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대통령실은 “실질적인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다자외교 행보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 물가와 식량 가격 급등 문제, 기후위기 대응 등을 의제로 각국 정상들과 논의했다. 특히 관세 협의와 관련해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실무 협의 채널을 가동하기로 한 점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의 귀국으로 국정의 초점은 다시 국내 현안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당분간 규제 혁신, 물가 안정, 검찰·사법 개혁 등 내부 과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적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친 상황에서 얼마나 체감도 높은 물가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정치권의 관심사다.  

 

대외경제 협상과 연동된 국내 입법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정부는 대미투자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통상 당국과 미국 측과의 실무 협의를 이어가면서, 국회 논의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세 협상 후속 조치가 늦어질 경우 기업들의 투자 결정과 수출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정치권의 속도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이전 문제도 남은 과제다. 용산 대통령실의 청와대 이전 검토가 12월 중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안보 동선과 비용, 상징성 논쟁이 다시 부각될 여지가 있다. 대통령실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열린 공간 조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야권은 예산 투입과 효율성 문제를 놓고 공세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각 부처와 대통령실은 순방에서 합의된 양자 협력 과제를 실질 성과로 연결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UAE와 체결한 방산 공동개발·현지생산 방안과 관련해 구체 사업 모델을 도출하고,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무 협상에 속도를 내야 하는 과제가 제기된다.  

 

이집트 카이로 공항 확장 사업, 튀르키예 차기 원전 건설 등 대형 해외 프로젝트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금융 지원과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해 수주전을 측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외교 성과를 어느 수준까지 국내 경제와 일자리 확대, 산업 경쟁력 강화로 연결하느냐가 이재명 정부 후반기 국정 동력에 직결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물가와 부동산, 공공요금 등 민생 현안이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는 만큼, 여당은 성과 부각에, 야당은 실질 효과 검증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을 비롯한 통상·안보 관련 법안과 사법 개혁 입법을 두고 팽팽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외교 무대에서의 합의가 국내 정치 무대에서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 정국의 다음 단계가 주목된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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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uae#샤인이니셔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