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총괄 컨트롤타워 세웠다…HLB, 김태한 영입으로 글로벌 확장 가속
바이오 CMO에서 축적된 글로벌 사업화 경험이 혁신신약 개발 기업의 성장 전략 중심축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HLB그룹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초대 대표 출신 김태한 전 대표를 바이오 부문 총괄 회장으로 영입하며 구조적 성장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간암과 담관암을 겨냥한 핵심 신약 후보 물질이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 절차에 들어선 시점과 맞물리며, 업계에서는 이번 영입을 HLB 바이오 사업의 글로벌 확장 경쟁 본격화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HLB그룹은 12월 31일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를 바이오 부문 총괄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그룹 차원에서 산재한 연구개발 성과를 하나의 성장 아키텍처로 묶어내고, 임상과 허가 단계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상업화와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확장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김태한 회장은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기획과 신사업 전략을 담당하며 대형 투자와 사업 구조 재편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초대 대표로 취임해 회사 설립과 생산 인프라 구축, 기업공개를 주도했고, 이후 글로벌 로드쇼와 해외 빅파마 고객 확보를 통해 위탁생산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글로벌 톱티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형 설비 투자와 장기 수주 구조를 동시에 설계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맞춘 경영 경험이 HLB에서도 재현될지 주목된다.
HLB그룹은 현재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을 활용한 간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 기반 담관암 치료제 등 주요 항암 파이프라인의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 절차를 앞두고 있다. 두 후보물질은 모두 난치성 고형암 영역에서 표적·면역 기반 치료 옵션을 확장할 수 있는 후보로 꼽혀, 허가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이 급격히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HLB는 임상과 허가 단계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매출과 기술수출, 공동개발 계약으로 이어지는 수익 모델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는 기존 신약개발 중심 구조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국가 임상과 허가, 상업화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일관된 사업전략이 마련되지 않으면, 후보물질의 과학적 가치는 높아도 시장에서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글로벌 빅파마와의 파트너링 구조, 생산 및 공급망 전략, 가격과 보험 등재 협상 방식까지 초기부터 통합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CMO와 CDMO 사업을 통해 다수의 다국적 제약사와 협업해온 김 회장의 경험이 HLB의 허가 이후 전략 수립에 직접적인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HLB는 그룹 내 바이오 계열사가 보유한 기술 포트폴리오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 재배치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HLB제약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을 기반으로 약효 지속시간을 늘리고 투약 편의성을 개선하는 제형 기술을 축적해 왔다. HLB펩은 특정 표적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펩타이드 기반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으며, HLB파나진은 암과 감염성 질환 등에서 활용 가능한 분자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HLB이노베이션은 환자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재설계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CAR T 치료제 영역에 진입해 차세대 세포 유전자 치료제 경쟁에 나선 상태다.
그룹은 이들 자산을 개별 법인 단위로 운영하는 수준을 넘어, 상호 보완 가능한 플랫폼으로 묶어 글로벌 파트너십과 라이선스 아웃 전략을 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항암제 파이프라인 임상과 연계한 동반진단 기술 개발, 면역세포 치료제와 병용 가능한 펩타이드 후보물질 조합 탐색, 장기지속형 제형을 활용한 투약 스케줄 최적화 등 통합 포트폴리오 관점의 접근이 요구된다. CDMO 기반 글로벌 네트워크와 빅파마 의사결정 구조에 익숙한 김 회장이 이러한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총괄함으로써 협상력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신약개발 회사와 위탁생산·플랫폼 기업 간 인력과 전략이 활발히 교차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유수 바이오텍은 초기 후보물질 발굴부터 생산 스케일업, 허가 후 공급 전략까지를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통합 관리하며, 이 과정에서 CMO 출신 경영진을 영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HLB의 이번 인사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맞춘 포지셔닝 전환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HLB그룹 관계자는 임상과 허가 성과를 그룹 차원의 성장 동력으로 확장해 후속 파이프라인 강화와 글로벌 사업 성장으로 연결해야 하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 데이터와 허가 경험을 차기 파이프라인 개발 전략과 자본 조달 계획에 반영해, 단일 품목 의존도를 낮추고 포트폴리오 전체 가치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향후 관건은 규제와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춘 실행 속도다. 미국과 유럽에서 항암제 허가 기준이 점차 정밀한 바이오마커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고, 실사용 데이터와 건강경제성 평가가 약가와 보험 등재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허가 직후 실제 처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리얼월드데이터 전략, 병원 네트워크 구축, 동반진단 도입 로드맵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한 회장은 연구개발 성과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기업 가치로 이어지도록 사업 구조 고도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개발과 사업, 글로벌 전략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체계를 강화해 HLB그룹 바이오 사업의 다음 성장 단계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조직과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이 실제 매출 성장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