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모터 신소재 각축전”…현대모비스, PEEK·바이오소재로 체질개선→수주전략
전동화 패러다임이 자동차 산업의 질서를 재편하는 가운데 현대모비스가 전기차 구동계를 겨냥한 신소재 연구개발 성과를 연이어 내놓으며 소재 기술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전기차 모터의 효율과 출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폴리에테르에테르케톤, 이른바 PEEK 필름을 자체 개발하고, 목재 기반 바이오 소재인 리그노셀룰로스를 비롯한 다수의 기능성 소재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며 미래 수주 경쟁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동화 핵심부품 경량화와 원자재 수급 위험 관리, 친환경 규제 대응을 동시에 겨냥한 복합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대모비스가 이번에 개발한 PEEK 필름은 전기차 구동 모터 내부의 구리선, 즉 코일을 감싸는 절연층에 사용되는 고기능성 수지 소재로, 비정상적인 전류 흐름과 발열을 차단하는 역할을 맡는다. 회사에 따르면 새 소재는 기존 절연재 대비 코일 점적률을 높여 동일 부피에서 더 촘촘하게 권선을 배치할 수 있게 해주며, 이로 인해 모터의 구동 출력과 효율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80도 이상 고온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견디는 내열 특성을 확보해, 고출력·고밀도화를 지향하는 차세대 전기차 파워트레인 요구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PEEK는 금속 대체재로도 거론될 만큼 뛰어난 기계적 강도와 내화학성을 지닌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그동안 항공우주나 의료 기기 등 한정된 분야에서 주로 사용돼 왔다. 현대모비스는 이 소재를 모터 절연 필름 영역에 적용해 권선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열 관리 성능을 정밀하게 통제함으로써 전기 손실을 줄이고 시스템 효율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주행거리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같은 배터리 용량으로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게 해주는 고효율 모터는 완성차 업체의 핵심 수요로 꼽힌다.
현대모비스는 PEEK 필름에 이어 지속가능성을 중시한 바이오 기반 소재에도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목재를 가공해 얻는 바이오 소재 리그노셀룰로스를 개발했으며, 업계에서 가장 먼저 이를 실제 제품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리그노셀룰로스는 목재로부터 특정 성분을 추출한 뒤 다른 재료와 혼합해 제조하는 복합 소재로, 범퍼 커버와 같은 외장 플라스틱 부품이나 각종 고무류 제품 제작에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모비스는 이 소재를 활용하면 부품 경량화가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석유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 탄소 배출 저감과 자원 순환 측면에서 의미 있는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와 부품업계에서는 차량 1대당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바이오 원료 비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유럽연합과 북미를 중심으로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공급망 실사 제도 확대가 배경으로 거론된다. 현대모비스의 리그노셀룰로스 개발과 적용 계획은 이러한 정책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특정 석유화학 원재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원자재 수급난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목재 유래 바이오 필러와 재활용 수지, 탄소섬유 강화복합재 등이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되며 내외장 부품의 소재 지형을 바꿀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모비스는 또한 차세대 전자파 관리와 기능성 고무 소재 분야에서도 선제적으로 기술 저변을 넓히고 있다. 회사는 2차원 나노소재로 주목받는 맥신을 활용한 전자파 차단 흡수재를 개발하고 있으며, 전기가 통하는 고무를 기반으로 한 기능성 신소재 연구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동화와 자율주행 시대에는 차량 내 전장 부품 수가 폭증해 전자파 간섭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어, 고성능 전자파 차폐·흡수 소재 확보가 차량 신뢰성과 안전성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도성 고무는 센서 일체형 시트, 터치형 인터페이스, 소음·진동 저감 부품 등 다양한 응용 분야를 열어줄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된다.
현대모비스는 신소재 분야 연구개발이 곧 제품 경쟁력 향상과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회사 관계자는 신소재 기술 확보가 핵심부품 성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원자재 수급난 해소와 비용 구조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특히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핵심부품은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의 ESG 조달 기준을 충족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해 수주 경쟁에서도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전동화·지능화 경쟁이 본격화된 현 시점에서 소재 기술을 전략 자산으로 간주한 현대모비스의 행보가 향후 글로벌 부품 시장의 판도 변화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