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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황의 검은가죽재킷…엔비디아, 패션전략으로 리더십 각인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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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젠슨황 최고경영자에게 검은가죽재킷은 더 이상 단순한 옷이 아니다. AI 산업 질서를 재편하는 기업 리더가 선택한 이 시그니처룩은 글로벌 CEO 패션 전략의 교본처럼 회자되며, 리더십 이미지 구축과 기업 브랜드 각인의 도구로 분석되고 있다. 기술력과 재무 성과를 넘어, 패션이 최고경영자의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부상하는 흐름과 맞물리며 상징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젠슨황의 스타일이 AI 패권 경쟁 속 엔비디아의 존재감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장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해외 유력 경제 매체들에 따르면 검은가죽재킷은 이미 젠슨황을 설명하는 대표 아이콘으로 굳어졌다. 그의 가죽 재킷 착용 모습은 2013년 무렵부터 꾸준히 포착됐고, 아내와 명품 그룹 LVMH에서 일한 딸의 조언이 스타일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젠슨황은 한 인터뷰에서 아내와 딸이 옷을 골라준다고 말해, 치밀하게 설계된 이미지 전략의 일면을 드러냈다. 수천 달러에 이르는 고급 가죽 재킷을 거의 모든 공식 석상에서 반복적으로 선택하면서, 단순한 캐주얼 복장을 넘어 세련된 테크 리더의 상징 코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포춘 등 외신 분석에 따르면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 리더들은 단순하고 절제된 시그니처룩을 통해 의사결정 피로를 줄이고 일관된 개인 브랜드를 구축해왔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잡스의 검은색 터틀넥, 메타 마크저커버그의 검은 후드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의 셔츠 위에 걸친 니트 스웨터가 대표적이다. 반복되는 동일한 복장은 매일의 선택 부담을 줄이고, 복장 자체를 시각적 로고처럼 활용해 대중이 즉시 인물과 연결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젠슨황의 전략은 이 같은 전통 위에 한 단계 고급화된 스타일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는 동일한 색상과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고가 소재와 세밀한 재단을 통해 강한 존재감을 연출한다. 실리콘밸리 캐주얼 코드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고급 테일러링과 럭셔리 브랜드 감도를 섞어 엔비디아가 AI 반도체에서 구축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기술 기업 CEO가 수트나 넥타이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신뢰와 품격을 동시에 각인시키는 새로운 패션 문법을 제시했다고 본다.  

 

사회학자들은 젠슨황의 패션을 ‘매력 자본’ 관점에서 해석한다. 런던정경대 캐서린하킴 교수는 매력 자본이라는 개념을 통해 외모와 복장, 이미지가 경제적 자본 못지않게 성공에 작동한다고 설명해 왔다. 그는 자기표현과 복장이 현대 사회에서 경제력과 학력, 인맥만큼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젠슨황의 경우 고급스러운 가죽 재킷이 전문성, 카리스마, 창의성을 동시에 상징하며 투자자와 고객, 개발자 커뮤니티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매력 자본으로 기능한다는 해석이다.  

 

엔비디아의 경영 철학과의 접점도 주목받는다. 젠슨황을 분석한 책 젠슨황 레볼루션에는 보고서 대신 핵심 내용만 이메일로 공유하는 간결한 커뮤니케이션,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는 실용주의 문화가 반복해 등장한다. 딱 맞는 가죽 재킷 한 벌을 고정된 룩으로 가져가는 방식은 복잡한 드레스코드를 거부하고, 실용성과 정체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엔비디아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형식보다 본질’이라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소재와 실루엣에서 고급감을 놓치지 않는 점이 기술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엔비디아의 사업 전략과 닮았다는 분석도 있다.  

 

패션이 권력과 리더십의 시각적 언어로 활용된다는 진단 역시 힘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도널드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과장된 어깨 패드를 사례로 들며 패션이 권력을 어떻게 시각화하는지 설명했다. 넓은 어깨 실루엣이 ‘크고 강한 캐릭터’를 구축하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분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젠슨황의 짙은 색 가죽 재킷은 엔지니어 출신 CEO의 친근함과 동시에, AI 산업 패권을 쥔 거대 기업 수장의 위압감과 통제력을 함께 보여주는 수단으로 작동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기업 리더들의 패션 소비 트렌드에도 반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주요 회동에서 착용한 스웨이드 블루종은 다음날 곧바로 품절 사태를 빚었다. 맞춤 가죽 브랜드 레더컬트가 젠슨황 가죽 재킷이라는 이름의 제품을 선보인 사례도 등장했다. 글로벌 IT·바이오 기업 리더의 스타일이 단기간에 소비재 시장에서 상품화되고, 패션 브랜드가 이를 다시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하는 순환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젠슨황 재킷을 둘러싼 팬덤과 모방 수요는 AI 빅테크 리더십이 패션 산업에도 확장된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읽힌다.  

 

궁극적으로 젠슨황의 검은가죽재킷은 기술 혁신과 자본, 리더십,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을 상징한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점에, CEO의 시그니처룩은 기업의 이미지와 철학, 산업 내 위상을 압축해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장치가 됐다. 산업계는 향후 글로벌 테크 리더들이 패션을 어떤 방식으로 전략화할지,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 전략이 실제 기업 가치와 시장 신뢰 형성에 얼마나 기여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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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황#엔비디아#가죽재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