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AI가 CCTV까지 읽는다”…도심 침입범 포착 기술 주목

조보라 기자
입력

초고층 아파트 난간에 매달린 절도범 구조 영상이 공개되면서, 도시 치안 인프라에서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주민의 우연한 목격과 119 신고에 의존해 가까스로 인명 사고를 막은 사례가, 향후에는 지능형 CCTV와 통합 관제 플랫폼을 통해 자동 감지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고위험 행동을 실시간 감지하는 알고리즘이 확산될 경우, 도심 범죄 대응 패러다임이 바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건은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해 한낮, 맞은편 최고층 베란다 외벽 난간에 길게 매달린 물체가 처음에는 빨래로 보였지만, 확대해 보니 사람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6층 높이 난간에 남성이 옆으로 몸을 기대고 두 다리만 걸친 채 버티고 있는 모습이 영상에 그대로 포착됐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출동 후 구조 장비를 활용해 남성을 끌어올렸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절도 혐의로 검거했다. 옥상에서 하부 세대로 침입을 시도했지만 베란다 문이 잠겨 있어 진입에 실패하고, 난간에서 장시간 버티던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장면이 전형적인 지능형 영상관제 도입 필요 사례라고 본다. 현재 상용화된 AI 기반 CCTV 솔루션은 사람 추락, 침입, 배회, 금지구역 월담처럼 규칙에서 벗어난 움직임을 학습해 이상 상황을 감지한다. 단순 모션 감지가 아닌, 자세와 위치, 주변 구조물을 함께 인식하는 행동 분석 기술을 활용해 “난간에 비정상적인 자세로 매달린 사람”과 같은 패턴을 위험행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핵심은 컴퓨터 비전과 딥러닝이다. 사람의 골격을 추정하는 자세 인식 모델과 객체 인식 모델을 결합해, 바닥에서 일정 높이 이상 떨어진 위치에 인체가 수평으로 누운 형태로 탐지되면 고위험 행동으로 판단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기존 CCTV가 단순 녹화에 그쳤다면, AI 영상 분석은 실시간 프레임마다 이런 패턴을 계산해 관제센터에 경보를 띄운다. 최근에는 딥러닝 기반 추적 알고리즘을 통해 가려진 상태에서도 동일 인물을 추적하고, 화질이 낮은 야간 영상에서도 이상 행동을 식별하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도시 단지 내에서는 초고층 난간 매달림, 옥상 침입, 지하주차장 배회처럼 위험도가 높은 행동을 우선 탐지 대상으로 삼는 추세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지능형 영상관제 시스템에 “침입·배회·쓰러짐·추락” 시나리오를 설정해, 해당 패턴 탐지 시 관제요원 모니터에 자동으로 팝업을 띄우고 근처 순찰 인력에 알람을 보내는 구조를 구축했다. 아파트 단지에 이런 시스템이 적용됐다면, 제보자의 육안 목격 이전에 관제센터에서 먼저 이상 상황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에서는 이미 AI 기반 도시 치안 시스템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도시는 공공 CCTV, 건물 출입 시스템, 비상벨, 드론 영상 등을 통합한 관제 플랫폼을 운영하며, 추락 위험 행동과 불법 침입을 조기 감지하는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제공되는 경우도 많아, 개별 건물 관리 주체가 고성능 서버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도 행동 분석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AI 영상분석 기업이 출현했지만, 실제 아파트 단지에 적용된 수준은 제각각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다수 단지는 단순 녹화나 움직임 감지 수준에 머물러, 사람과 물체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야간·역광 환경에서는 경보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옥상 출입문 관리 역시 기계식 잠금장치에 의존하는 곳이 많아, 제보자가 언급한 것처럼 평소에는 잠겨 있다가 특정 시점에 열려 있는 상황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거나 경고하기 어렵다.

 

규제와 개인정보 보호도 상용화를 가르는 관건으로 꼽힌다. 사람의 얼굴과 행동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할수록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커진다. 이 때문에 업계는 개인 식별 정보는 최대한 비식별 처리하고, 이상행동 여부만 이벤트 형태로 저장하는 방식, 일정 기간 경과 후 원본 영상을 자동 삭제하는 방식 등을 병행하는 추세다. 정부 역시 공공 CCTV 고도화 사업에서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과 AI 알고리즘 성능·편향 검증 기준을 병행 마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들은 아파트와 같은 거주 단지에서 AI 기반 침입 및 추락 위험 탐지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 인구 증가와 1인 가구 확대로, 단지 내 쓰러짐 사고나 추락, 범죄 위험을 조기에 인지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연구자는 도시 치안과 건물 안전 분야에서 AI 영상분석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시점이, “사고를 기록하던 CCTV가 사고를 예방하는 인프라로 전환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기술이 실제 단지 관리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ai영상분석#스마트cctv#도시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