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식 역사공정 막겠다"…국민의힘, 바른역사지키기 TF 출범 선언
역사 인식을 둘러싼 갈등이 청와대와 여당, 제1야당 사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관련 언급과 고 박진경 대령 서훈 취소 검토 지시를 문제 삼으며 전담 태스크포스를 꾸리기로 하면서 정치권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차원의 대응 기구 설치 방침을 밝히고 이재명 대통령의 역사 인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 대표는 "당은 바른역사지키기 TF를 출범시켜 이재명 정권의 역사 왜곡 시도를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논란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관련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12일 정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환단고기에 대해 "문헌이 아니냐"고 질문해 정치권 논쟁을 촉발했다. 장 대표는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은 스스로 환빠라고 선언했다"며 "즉흥적 실언이라고 할 수 없다. 대한민국 역사를 자신들의 시각에 맞춰 다시 쓰려는 역사 왜곡의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같은 날 해명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그 주장에 동의하거나 그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게 아니다"라며 "국가의 역사관을 수립해야 하는 책임 있는 사람들은 그 역할을 다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질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진의와 무관하게 대통령의 부적절한 인식이 드러났다고 보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인맥과 진영을 거론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연구원 이사장을 지낸 허성관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해 "유사 역사학을 신봉하며 동북아역사재단 해체를 주장하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또 올해 대선 직전 더불어민주당이 정책협약을 체결한 전국역사단체협의회를 두고 "사이비 역사학을 주장해 역사학계 비판을 받는 단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이러한 인물과 단체들을 한데 묶어 "이재명 정권과 유사 역사학의 역사 왜곡 카르텔"이라고 규정하며 "중국의 동북공정 못지않은 이재명식 역사 공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이 중국의 동북공정을 직접 거론하며 비유한 것은 대통령의 역사관을 국가 정체성과 연결된 중대 사안으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박진경 대령 문제도 정면으로 거론했다. 장 대표는 "얼마 전에는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지시했다"며 "남로당의 지령을 받은 암살자의 주장을 근거로 이미 국가가 인정한 과거사까지 뒤집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제주 4·3사건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한 박 대령의 서훈 취소를 검토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장 대표는 "역사는 특정 진영 전유물이 될 수 없다"며 "권력이 학문을 겁박하는, 가짜가 진짜를 밀어내는 반지성적 역사 왜곡을 단호히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바른역사지키기 TF는 이 같은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야권과 정부의 역사 관련 정책과 발언을 전방위적으로 점검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야권과 정부 입장 차는 뚜렷하다. 대통령실은 환단고기 관련 질문이 역사 왜곡 의도가 아니라 역사관 정립을 독려한 취지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역사 논쟁의 주변 인물과 단체들과 맺어온 관계, 그리고 최근 발언을 종합할 때 편향된 관점이 드러난다고 보고 TF를 중심으로 공세를 이어갈 태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역사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내년 총선 국면과 맞물리며 장기 쟁점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당이 TF를 공식 출범시키겠다고 예고한 만큼 관련 회의와 현장 방문, 전문가 간담회 등이 이어지며 추가 공방이 예상된다. 국회는 향후 상임위원회와 국정감사 등에서 환단고기 발언과 박진경 대령 서훈 문제를 놓고 여야 간 치열한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