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진행되는 신장암”…조기검진 늘어 치료전략도 바뀐다
신장 기능을 망가뜨리는 신장암이 자각 증상 없이 진행되는 ‘조용한 암’으로 경계 대상에 떠오르고 있다. 통증이나 혈뇨가 없어도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반면 초음파와 CT 같은 영상검사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건강검진 단계에서 무증상 상태로 조기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치료 전략과 환자 생존율에도 변화를 가져오는 분위기다. 의료계는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한 정기검진과 생활습관 관리가 신장 기능 보존과 장기 생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신장암은 신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을 말하며, 발생 위치에 따라 신장 겉면인 신실질에서 발생하는 종양과 신장 가운데 깔때기 모양 공간인 신우에서 생기는 신우암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형이 신세포암으로, 일반적으로 신장암이라 부르는 대상이다.

국가암등록통계 기준 2022년 신장암은 전체 암 발생의 2.5%를 차지했고, 발생 순위 10위에 올랐다. 5년 생존율은 약 95%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병기가 올라갈수록 급격히 떨어진다. 2기 생존율은 80~90% 수준으로 유지되지만 3기로 진행되면 40~60%까지 낮아져, 얼마나 이른 단계에서 발견하느냐가 핵심 변수가 된다.
대표 증상은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 복부 통증, 배에서 만져지는 덩어리 등이다. 그러나 이런 신호는 종양의 크기가 상당히 커지거나 주변 조직으로 침범이 진행된 이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초기 단계에는 환자가 스스로 느낄 만한 불편감이 거의 없는 사례가 대다수라,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다가 뒤늦게 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영상 진단 기술 확산이 조기 발견의 통로가 되고 있다.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옆구리 부위에 혹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이상 소견이 보이면 복부 CT로 정밀 평가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CT는 종양의 크기, 위치, 주변 장기 침범 여부와 함께 수술 가능성 판단과 치료 계획 수립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MRI는 필요 시 조직 성격을 더 세밀히 파악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신장암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통계적으로 위험을 높이는 요인은 비교적 뚜렷하다. 가장 먼저 지목되는 요인은 흡연이다. 흡연자의 신장암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30~50%가량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비만 또한 주요 위험 요소로, 특히 여성 비만의 경우 신장암 발생률이 더 높게 관찰된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만성 신장 질환으로 장기간 투석을 받는 환자도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여기에 고칼로리 위주의 서구화된 식습관, 동물성 지방 과다 섭취가 더해지면 위험이 한층 커진다. 직업적 노출도 변수다. 석면, 카드뮴 등 중금속, 유기용매, 가죽 성분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은 신장암 발생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가족력과 유전적 소인 역시 일부 환자에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치료는 병기와 환자 상태에 따라 결정되지만, 여전히 수술이 근간이다. 국소 신장암의 경우 종양만 도려내는 부분 절제나 전체 신장을 제거하는 근치적 절제로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 고령이거나 동반 질환이 많은 환자에서는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 등 최소침습 수술이 회복 시간을 줄이고 합병증 부담을 낮추는 선택지로 활용된다.
문제는 수술로 완치 판정을 받은 뒤에도 시간이 지난 뒤 재발하는 경우다. 신장암은 5년 이후 재발 사례가 적지 않아,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장기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의료진은 CT 등 영상검사를 일정 간격으로 시행해 재발 여부를 점검하고, 새로운 전이 병소가 발견될 경우 표적 치료제나 면역항암제 등 전신 치료로 이어가는 전략을 취한다.
생활습관 관리는 발병 예방과 재발 방지 모두에서 공통된 과제로 제시된다. 신장암 환자와 고위험군에게는 금연이 사실상 필수 조건이다. 식단에서는 저염식 위주의 균형 잡힌 식사가 권고된다. 과도한 염분은 고혈압과 신장 부담을 키워 전반적인 신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암 치료 전후 모두 관리 대상이다.
수분 섭취는 ‘적당한 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한 물 섭취는 신장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와 같은 카페인 음료를 과도하게 마시면 오히려 탈수를 유발해 신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신장 기능이 크게 저하된 환자는 식품 선택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자몽 주스처럼 칼륨 함량이 높은 식품은 고칼륨혈증 위험을 키울 수 있어 제한이 권고된다. 다만 신장 기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경우까지 일괄적으로 칼륨이 많은 음식을 엄격히 피할 필요는 없으며, 개인별 신장 상태를 반영한 맞춤형 식단 조절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창욱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신장암 관리의 핵심으로 생활습관 개선과 정기 검진을 꼽는다. 그는 금연을 재발 방지의 기본 원칙으로 언급하면서, 특정 건강보조식품에 의존하기보다는 건강한 식단과 꾸준한 검진이 장기 예후에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 국소 신장암은 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완치를 기대할 수 있고, 전이 신장암에서도 전신 치료제의 발달로 완치를 목표로 한 적극적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무증상 단계에서 신장암을 발견해 신장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고, 재발 감시 체계를 갖추는 흐름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영상 진단 기술과 표적 항암제, 면역치료제 등 신장암 분야의 혁신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 생존의 질을 얼마나 끌어올릴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