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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사업 예산 결단만 남아"…민주당·국민의힘, 삭감·증액 두고 정면 충돌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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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을 둘러싼 충돌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내 이른바 소소위가 맞붙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방향을 두고 여야의 이해가 정면으로 엇갈리면서, 삭감과 증액을 둘러싼 공방이 정국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소소위 가동이 시작되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026년도 예산안 심사 기조를 놓고 강하게 맞붙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을 상품권·펀드 만능주의 예산안으로 규정하며 대규모 삭감을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생계에 꼭 필요한 민생 예산까지 무분별하게 줄이려 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 심사 상황을 설명하며 여당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728조원 규모 예산 중 대부분은 이미 조정됐고 남은 것은 핵심 사업에 대한 최종 결단이라며 2026년도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 반드시 처리하겠다. 어떤 이유로도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략적 공방이 아니라 책임이라며 발목잡기식 삭감 논쟁은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을 늦추고 회복의 속도를 떨어뜨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간사인 이소영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도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을 겨냥했다. 이들은 민생도 포기, 미래 투자도 포기, 인공지능도 포기, 통상 대응도 포기, 뭘 어쩌자는 야당인지 알 수가 없다며 진심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와 예비비 쟁점을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 때 발생했던 감액 사유가 대부분 해소됐지만 국민의힘은 덮어놓고 감액 주장만을 반복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예결위원들은 국민성장펀드,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 등 여야 이견으로 보류된 쟁점 예산을 다수 의석을 토대로 관철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들은 앞으로 2026년 예산안 심사가 마무리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있게 민생 예산, 미래 예산, 통상 예산을 지키고 꼭 필요한 분야에 재정이 흘러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합리적인 삭감 근거와 주장을 무시한 채 감액에는 반대만 하면서 증액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소속 예결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에서 의결한 증액 규모만 34조9천억원에 달해 삭감 없이는 증액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런 입장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민주노총 사무실 임차보증금 55억원, TBS 교통방송 예산 75억원 등 일부 항목을 거론하며 대선 당시 지지세력에 대한 보은 예산 증액에 여당이 몰두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그러면서 예년 삭감 규모인 4∼5조원 수준의 삭감을 요구하고, 이 재원을 진짜 민생, 진짜 인공지능, 진짜 지방균형발전 증액 사업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소소위 논의 절차를 두고도 이견을 드러냈다. 그는 소위 논의에서는 증액 심사를 하지 않았다며 통상 삭감 규모가 결정돼야 증액 규모가 결정되는데 아직 삭감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증액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야당의 주요 의무라며 삭감 의견을 국민의힘이 내면 더불어민주당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낸다. 양쪽이 팽팽히 대립하기 때문에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최형두 의원도 재정 건전성을 앞세워 여당을 압박했다. 그는 무분별한 증액 예산, 100조원 이상 국채 발행은 시장에 큰 무리를 준다며 태그 갈이 예산이 벌써 수조원이다. 그런 부분은 제대로 심사해야 건전경제와 금리·물가에 안정을 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소위가 가동되며 여야가 본격적인 막판 줄다리기에 돌입한 가운데,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예비비, 국민성장펀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처리 방향에 따라 내년도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가 갈릴 전망이다. 국회는 법정 시한 안에 본회의 의결을 마치기 위해 소소위 중심의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며, 정치권은 예산안을 둘러싼 책임 공방을 놓고 한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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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예산결산특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