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퇴근길에 사라진 50대 여성”…전 연인 살해 자백 후 시신 발견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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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퇴근길에 실종된 50대 여성이 한 달 넘게 행방이 묘연했던 끝에 시신으로 발견되며 충격을 주고 있다. 전 연인이 살해와 시신 유기 혐의를 자백하면서, 사실상 강력 사건으로 전환됐다.

 

27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께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한 폐기물업체에서 실종됐던 A씨(5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마대에 담긴 상태였으며, 경찰은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해 검시를 위해 안치시설로 옮겼다.

연합뉴스 독자 제공
연합뉴스 독자 제공

경찰 관계자는 “시신은 검시를 위해 마대째 안치실로 이동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향후 부검을 통해 사망 시점과 정확한 사인, 훼손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A씨는 지난달 14일 오후 6시 1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소재 회사에서 자신의 SUV 차량을 몰고 퇴근하는 모습이 인근 CCTV에 포착된 이후 연락이 끊겼다. 이후 휴대전화 전원이 꺼지고 동선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실종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전담 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A씨의 전 연인인 김씨를 유력한 관련자로 보고 추궁해 왔다. 경찰은 두 사람이 교제했다가 결별한 뒤에도 이성 문제로 여러 차례 다툰 사실을 확인했으며, 여기에 비춰 김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김씨는 경찰에 긴급 체포된 뒤 A씨를 실종 당일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A씨의 SUV에서 말다툼하다 폭행한 사실은 있으나 살해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초반 조사에서 폭행치사에 가까운 취지의 진술을 내놓으며 계획적 살인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씨가 진천군의 한 거래 업체에 A씨의 SUV를 숨겨둔 정황, 이후 해당 SUV를 몰고 충주시 소재 충주호 인근까지 이동한 동선 등이 드러났다. 경찰은 차량 이동 경로와 휴대전화 기지국, CCTV 등을 토대로 김씨의 행적을 추적했고, 이 과정에서 폐기물업체와의 연관성을 포착해 수색을 확대했다.

 

압박 수사가 이어지자 김씨는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거래처에 유기했다”는 취지로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 진술에 따라 음성군 폐기물업체를 집중 수색했고, 그 결과 업체 내부에서 마대에 담긴 A씨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당초 김씨에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그의 자백과 유기 정황, 시신 상태 등을 종합해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김씨의 신병 확보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교제와 결별을 둘러싼 갈등이 극단적 범죄로 이어진 사례라는 점에서 연인 또는 전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친밀한 관계 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드러냈다. 유사 사건이 반복되는 가운데,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의 실효성, 갈등 고조 단계에서의 개입 체계 부재 등이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피의자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범행 경위, 계획성 여부 등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라며 “시신에 대한 부검 결과를 토대로 적용 혐의를 최종 확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실종 당시부터의 수사 과정 전반도 점검해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살필 계획이다.

 

A씨가 가족과 동료들의 품으로 돌아가야 할 퇴근길에 실종된 지 44일 만에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사건의 진상을 둘러싼 규명과 책임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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