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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위기 초래한 내란 준비” 내란특검, 노상원 1심 선고 앞두고 중형 주장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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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관련 의혹을 두고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과 군 정보라인 출신 인사들이 정면 충돌했다. 제2수사단 선발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오면서 특검 수사의 첫 법적 결론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이현복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법원청사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연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1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노 전 사령관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아울러 진급 청탁 대가로 받았다고 보는 2천390만원 상당 금품에 대해 추징을 요청했고, 압수된 백화점 상품권 몰수도 함께 요구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 사이 민간인 신분으로 12·3 비상계엄 당시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비선 조직 제2수사단을 꾸리려 하면서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으로부터 정보사 요원들의 인적 정보 등 군사 정보를 넘겨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정보사 요원들의 실명, 학력, 특기 등 세부 정보가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또한 지난해 8월부터 9월 사이 진급을 도와주겠다며 김봉규 전 국군정보사 중앙신문단장 대령,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 준장 등 현역 군인들로부터 현금 2천만원과 6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특검은 이 부분을 알선수재 범죄로 규정했다.

 

특검팀은 12·3 내란 의혹 수사 과정에서 노 전 사령관 구속 만기를 앞둔 지난 6월 27일 그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법원에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법원은 추가 구속을 결정했고, 앞서 기소돼 진행 중이던 알선수재 사건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은 병합 심리로 이어졌다.

 

특검은 최종 의견에서 노 전 사령관의 행위를 내란 준비와 직결된 중대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특검팀은 "피고인은 민간인임에도 전직 사령관의 지위를 이용해 현직 사령관과 대령들을 통해 대한민국 국가 안보 최전선에 있는 요원들의 실명, 학력, 특기 등 내밀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개인정보 누설이 아니라 국가 위기를 초래한 내란 사건의 준비를 결행했다"고 강조했다.

 

진급 청탁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특검의 평가는 거셌다. 특검팀은 "예비역 장성이 영향력을 과시하며 금품을 요구한 뒤 이들을 비상계엄에 끌어들이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이 군 내부 인사권과 계엄 관련 조직 구상에 동시에 관여하며 사적 이익을 취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노 전 사령관 측은 적극 반박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요원 배치와 선발 권한이 전혀 없는 민간인으로, 부정한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은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보 제공 경위를 고려할 때 내란 준비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승진 로비 소문을 들어서 충고한 피고인이 현역 군인들에게 금원을 요구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며 금품 수수 자체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금품 제공 동기, 자금 흐름 등 사실관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팀은 제2수사단 구성 혐의를 둘러싼 수사를 계속 확장하고 있다. 특검은 전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군형법상 군기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당시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 등과 공모해 정보사 요원 인적사항을 노 전 사령관에게 누설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에서도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내란 사건의 본류로 불리는 이 재판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과 이달 중 병합이 예정돼 있고, 내년 1월 중순께 변론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노 전 사령관 1심 판결이 내란특검이 수사해 온 계엄 관련 사건 전반의 법리 판단 방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선고 형량과 법원이 제2수사단 구성 행위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 향후 김용현 전 장관, 문상호 전 사령관, 윤 전 대통령 사건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노 전 사령관 사건을 시작으로 내란특검이 제기한 각종 형사 사건에 대한 판단을 순차적으로 내릴 예정이다. 정치권과 군 안팎에서는 법원 판단 수위에 따라 향후 계엄 관련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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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내란특검#제2수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