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제 금값 0.3% 하락·국내는 0.1% 상승”…환율 구조에 국내 금시세 버티기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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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값이 국제 금시세 약세에도 환율 효과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2월 2일 글로벌 통화·위험 지표가 요동치며 국제 금값은 숨을 고르는 모습이지만, 원화 약세에 힘입은 국내 시세는 단기 조정 속에서도 우상향 흐름을 유지하는 양상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와 안전자산 선호 확대가 향후 금값 흐름을 규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12월 2일 기준 국내 금 1돈 시세는 753,750원으로 집계됐다. 전일 대비로는 0.1% 내린 수준이지만, 전일치 753,300원과 비교하면 450원(0.1%) 오른 수치다. 같은 날 국제 금시세 국내기준가는 750,965원으로 전일보다 2,043원(0.3%) 떨어져 국내 가격과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환율은 달러당 1,472원으로 1.5원 오른 수준에서 등락하며 금값 하방을 제한했다.

[분석] 달러 약세·연준 인하 기대 속 국제금 약세 대비 국내 금값 ‘견조 상승’(금값시세)
[분석] 달러 약세·연준 인하 기대 속 국제금 약세 대비 국내 금값 ‘견조 상승’(금값시세)

단기 흐름을 보면 국내 금값의 상승 기조가 더욱 뚜렷하다. 최근 일주일 사이 금 1돈 가격은 11월 24일 725,438원에서 12월 2일 753,750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7일 평균 대비로는 11,775원(1.6%), 30일 평균 대비로는 25,670원(3.5%) 높은 수준이다. 1년 기준으로는 최고가 851,250원보다 97,500원(11.5%) 낮지만, 최저가 421,875원보다는 331,875원(78.7%) 높은 수준으로 장기 상승 흐름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시세와 국내 가격이 엇갈린 배경에는 글로벌 통화 정책 기대와 위험회피 심리가 겹친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뉴욕증시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시사, 중국 인민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불법화 재확인 등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자극되며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까지 부각되면서 위험자산 매도세가 늘었고, 동시에 달러 약세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며 금을 포함한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삼성금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금값은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와 달러 약세를 등에 업고 월 초 온스당 약 4,260달러 선까지 오르며 6주 만에 고점 근처까지 올라섰다. FXSTREET는 금 현물 가격(XAU/USD)이 대칭삼각형 상단을 돌파했다는 점을 들어 기술적 강세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4,250∼4,270달러 구간을 안정적으로 상향 돌파할 경우 사상 최고치인 4,381달러 재도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상대강도지수(RSI)가 과매수권에 근접한 만큼, 단기 조정이 동반될 수 있다는 경고도 병존한다.

 

국내 시장에서는 환율 구조가 국제 금값 조정에도 금 시세 방어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범정부 차원의 환율 안정 노력,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 기대, 미국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 확대 등으로 상단이 제한된 가운데 1,470원대의 좁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달러 인덱스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 역시 강하게 반등하지 못하면서, 국제 금값이 숨을 고르는 와중에도 원화 기준 금 시세는 상대적으로 덜 밀리고 있는 셈이다.

 

해외 주요 데이터도 금값의 중장기 강세 가능성을 지지하고 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금 가격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확대로 온스당 약 4,240달러까지 오르며 6주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간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경우 1979년 이후 최고 연간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재정 협상 난항 이후 발표된 부진한 경제 지표와 연준의 비관적 발언들이 인플레이션 우려와 경기 둔화 가능성을 동시에 자극하며 금의 헤지 자산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물 수급 측면에서도 금값의 구조적 하단은 꾸준히 높아지는 분위기다. USA GOLD에 따르면 12월 1일 실물 귀금속 시장에서는 연준 인하 기대와 달러지수 하락에 따라 투자자들이 실물 매수를 서두르며 금 스팟 가격이 온스당 4,247.93달러로 하루 만에 84.74달러 급등했다. 같은 날 골드–실버 비율이 74.9 수준을 기록하면서 은 가격의 상대적 강세도 도드라졌다. 바와 코인 수요에 더해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보유 확대는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저가 매수세를 자극하며 구조적 하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실물 수급의 질적 변화를 반영한다고 본다. 과거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 비중이 높았다면, 최근에는 가격 변동에 덜 민감한 중앙은행·장기 자산가·기관투자가가 주요 매수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해도 조정 폭과 기간이 제한되고, 이후 반등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종합하면 12월 2일 국내 금값은 국제 금 시세의 소폭 약세와 달리 환율 구조와 안전자산 선호 재확대에 힘입어 ‘견조한 상승 기조’를 이어갔다. 단기적으로 기술적 과열 신호와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지만, 중앙은행 매입 확대, 상장지수펀드 자금 유입, 실물 수요 강화 등 구조적 요인이 중기 상방 압력을 뒷받침하는 국면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향후 투자자들은 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결과, 미국 구매관리자지수와 개인소비지출 물가 지표, 일본은행 통화정책 방향, 달러/원 환율 박스권 변화, 글로벌 변동성 지수 흐름 등 주요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기 조정 리스크를 감안하되 실물 수급 구조 변화까지 고려한 중장기 분할 매수·매도 전략이 요구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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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금값#국제금시세#달러원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