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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6천만건 쏟아진 불법스팸”…방미통위, 관리 부실에 과태료 환수도 난항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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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스팸 문자가 우리 사회의 ICT 생태계 신뢰 기반을 흔들고 있다. 지난해 불법스팸 신고 건수가 3억6147만건으로, 5년 누적 7억건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과태료 징수율은 3.2%에 불과해 실질적 피해 예방 및 억제력이 크게 저하된 상황이다. 국정감사에서는 인적·예산적 대응 역량 한계와 제도 실효성 부재가 동시에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는 불법스팸 근절을 위한 제도와 기술 양면의 분기점이 도래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5년간 불법스팸 신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기록된 3억6000만건은 국내 이동통신망 전반에 악성 광고, 피싱, 사칭 범죄 등이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일 기간 과태료 부과액은 490억원에 달했지만, 실제로 걷힌 금액은 16억원에 그쳤다. 불법스팸발신자에 대한 징수 실효성이 약화된 것으로, 10년 이상 장기 체납분이 전체 체납 중 76%나 돼 환수조치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놓여 있다.

기술적으로는 지난해 도입된 전송자격인증제 등 일부 제도가 운영되고 있음에도, 인증 대상 1142개 문자재판매사 중 782곳만 인증을 완료해 제도 이행률이 낮다. 인증을 받은 업체 중에서도 일부가 불법스팸 발송으로 처분을 받아, 제도 설계 및 점검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2023년 7월 관리 부실을 공식 지적한 데 이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불법스팸 관리 대책의 실효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등 규제와 현장 대응 사이의 괴리가 재확인됐다.

 

시장 현장에서는 불법스팸의 주요 유형이 도박 유인, 사기, 사칭, 성매매 권유 등 국민 일상에 직결되는 범죄로 이어져, 사용자 신뢰와 정보 접근성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미통위의 연평균 32억원 수준의 예산과 18명(2023년 기준) 인력 구조로는 급증하는 신고와 첨단 스팸 유형에 대한 신속·정밀 대응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통신과 IT 플랫폼 환경에서는 불법스팸 차단 기술의 고도화와 실시간 모니터링, 업계-당국 간 공동 대응 체계가 필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민간 기업과 정부의 실시간 정보 공유, 데이터 분석 협력 등으로 대응력을 높여가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주무부처의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난 만큼, 플랫폼 사업자와의 데이터 연계 및 자동 차단기술 고도화, 체계적 인증제 보완 등 입체적인 시스템 구축이 요청된다.

 

정책적으로도 징수 체계 개선, 전송자격인증제 강제력 강화, 인증 후 사후점검 체계 확립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불법스팸은 단순한 nuisance 문제가 아니라, 금융·법률·사회 분야의 복합적 피해를 유발한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 개편과 기술 인프라 결합을 통한 총력적 시장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국정감사 지적을 계기로 정부와 통신사가 협력해 불법스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규제 인프라의 균형이 ICT 산업 신뢰성 회복의 분수령으로 부상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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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통위#불법스팸#전송자격인증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