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당원투표 대세 아니다"…이언주, 정청래 1인1표 당규 개정에 졸속 강행 비판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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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권력 구조를 둘러싼 갈등과 지도부의 전략이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 권리당원 권한 강화를 명분으로 1인 1표제 도입을 추진하자, 최고위원 이언주 의원이 지도부의 결정 과정을 겨냥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정청래 대표 체제에 대한 견제 심리가 당헌·당규 개정 논의를 매개로 수면 위로 올라온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1일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투표 가중치를 1대 1로 맞추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본격화했다. 정 대표는 앞서 17일 권리당원 비중을 크게 높이는 이른바 당원주권 강화 구상을 공개하며 1인 1표제 도입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 지도부는 이에 따라 이틀간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성격의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권이 있는 권리당원 가운데 16.8%가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86.8%가 1인 1표제 도입에 찬성했다. 정 대표는 이날 "90%에 가까운 당원의 뜻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개정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같은 날 최고위원 이언주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지도부 결정 절차와 정당성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의원은 최고위원회의 논의 과정을 언급하며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스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개 최고위원회의 이후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의 처리 방식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공개회의 이후 속개된 비공개회의에 몇몇 최고위원이 상임위 참석 등 미리 정해진 일정으로 불참한 가운데 그냥 통과됐다"고 전하며, 최고위원 다수가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헌 개정 방침이 사실상 추인됐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율을 직접 거론하며 당 지도부가 내세운 '압도적 찬성' 프레임에도 제동을 걸었다. 그는 "만약 중요한 투표였다면 당헌·당규상 정족수인 권리당원 100분의 30에 미달해 투표가 불성립했을 것"이라며 "이를 두고 '압도적 찬성'이라며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당 대표와 사무총장 등 핵심 지도부를 향해 "당원 주권주의의 참 의미를 다시 한번 숙고하고 이번 사안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하시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당 지도부 내 이견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청래 대표가 추진하는 당헌·당규 개정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을 같게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체제에서 대의원은 각 지역위원회와 직능별 조직을 통해 선출되며, 특히 영남 등 민주당 취약 지역에서는 대의원 조직이 지역 기반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1인 1표제가 도입될 경우 대의원 제도는 사실상 상징적 기능만 남게 돼, 호남 등 권리당원 규모가 큰 지역과 특정 지지층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당헌 개정의 정치적 효과를 주목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직전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에서는 열세였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큰 차이로 앞서며 대표직에 올랐다. 이 때문에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는 1인 1표제가 도입되면 내년 8월으로 예상되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의 연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일부에서는 "정청래 대표 연임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반면 정 대표 측과 친정청래계에서는 당원주권 확대와 직접민주주의 강화라는 대의명분을 강조하고 있다. 권리당원 참여를 전당대회와 공천 등 핵심 의사결정 과정 전반으로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그동안 계속 제기돼 왔다는 것이다. 당원 의사를 묻는 온라인 투표에서 찬성 비율이 높게 나온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당무위원회, 28일 중앙위원회를 연이어 열어 당헌·당규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최고위원 내부에서 절차와 내용 모두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공개적으로 표출된 만큼, 당무위와 중앙위에서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지 여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영남 등 취약 지역 대의원의 대표성 약화와 호남·강성 지지층 쏠림 우려, 지도부 견제 장치 약화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민주당은 최고위원들 사이의 이견이 노출된 가운데 당헌 개정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갔으며, 정치권은 정청래 대표 체제의 향배와 맞물려 당내 권력 구도가 재편될지 주시하고 있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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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의원#정청래대표#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