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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김선옥, 쉰 살에 피어난 두 번째 청춘”…삶의 굴곡→따스한 변주로 새벽을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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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김선옥, 쉰 살에 피어난 두 번째 청춘”…삶의 굴곡→따스한 변주로 새벽을 밝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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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새벽, 김선옥은 다시 한 번 문을 열고 마을로 첫발을 내딛었다. 쉰 살, 벌써 손주 셋을 둔 ‘할머니’가 되었지만 김선옥의 하루는 여전히 두근거린다. 익숙한 옥천 마을에서, 고된 농사와 미용실 일을 오가며 수많은 굴곡이 스며든 삶을 살아온 그는 어느새 동네 어르신들의 수다꽃을 피우는 주인공이자 마을의 푸근한 품이 됐다.

 

학생 시절 남편 영섭과의 우연한 만남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바람처럼 불어왔다. 택시기사 군인에게 첫 마음을 빼앗겨 스무 살 신혼을 시작했고, 삼 남매의 엄마로서 정신없이 세월을 헤쳐왔다. 마흔 다섯에 안아본 첫 손주는 김선옥의 이름 앞에 ‘할머니’라는 새로운 수식을 더했다. 하지만 이 새로운 호칭조차도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따뜻한 위안이 돼 다가왔다.

“스무 살 신혼, 쉰 살 할머니”…‘인간극장’ 선옥 씨, 삶의 굴곡→늦게 핀 꽃의 향기 / KBS
“스무 살 신혼, 쉰 살 할머니”…‘인간극장’ 선옥 씨, 삶의 굴곡→늦게 핀 꽃의 향기 / KBS

늦은 밤, 핫팬츠 차림으로 외출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영섭의 표정에는 세월이 담겼다. 전통적인 가치관에 매여 있었던 남편도 이제는 조금씩 변해, 아내를 향한 작은 배려와 손길로 또 다른 평화를 만들어낸다. 집마다 자식 걱정뿐이던 동네에서 세 자녀를 다 키워내고, 이젠 남편과 둘만의 고요가 남았다. 지나간 날에 미처 하지 못한 미안함과 후회가 부부의 작은 일상에 고요하게 쌓인다.

 

당당히 미용실 문을 여는 순간 김선옥은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오롯한 ‘나’로 다시 선다. 생활의 필요에서 출발한 미용 일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공간은 김선옥이 자신만의 젊음을 되찾는 사랑방이 됐다. 딸 혜은이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에는 존경과 공감이 녹아들었고, 미용협회 구역장이라는 새 직책까지 얻으며 김선옥은 쉰 살의 인생 화폭에 다시 한 번 찬란한 꽃을 피워냈다.

 

축제의 마지막 장면, 손주들의 손을 잡고 무대에 오른 김선옥의 표정에는 어느 때보다 반짝이는 생명이 가득했다. 뒤늦게 찾아온 감기와 엄마 품에서의 잠깐 쉼, 그리고 서툴지만 익숙해진 남편 영섭과의 소소한 다툼조차 이제는 소중한 인생의 한 장면으로 남는다. 긴 세월 동안 치열했던 순간들은 결국 오늘을 위한 발판이 됐다.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아닌 김선옥은 부드럽게 피어나는 향기를 삶 곳곳에 남기고 있다. 끝나지 않은 인생의 날마다, 좀처럼 피지 못했던 꽃들은 김선옥의 이름으로 조금씩 짙어진다. 주중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은 9월 8일부터 12일까지 김선옥이 만들어내는 늦깎이 청춘과 희망의 서정을 시청자들에게 건넨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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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인간극장#영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