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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수사, 선별적 보복 기소”…박범계, 검찰 항소 포기 겨냥 공세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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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이 다시 맞섰다. 패스트트랙 수사가 정권 교체와 맞물려 재평가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윤석열 검찰을 겨냥해 보복 기소라고 비판하며 정치적 공방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28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 김정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한 박범계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윤석열 검찰에 미운털이 박힌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선별적 보복 기소였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의원은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국회법 위반 사건을 거론하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박 의원은 “나경원 의원의 국회법 위반 사건과 비교하면 저희 사건은 100분의 1 사이즈도 안 된다”며 “그런데도 저희에게만 이런 식의 기소를 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검찰 수사와 기소 전반을 정면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번 사건은 과거 검찰의 정치적인 수사와 기소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진실이 드러나고 그 진실에 부합하는 구형과 판결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모두 검찰 수사의 정치성을 부각하면서, 재판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재차 가열되는 양상이다.

 

두 의원은 이와 별개로, 같은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대해 검찰이 전날 항소하지 않기로 한 결정도 강하게 문제 삼았다. 특히 국회선진화법 적용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범계 의원은 “이 사건은 동물 국회를 극복하는 국회선진화법을 적용한 첫 번째 케이스”라며 “검찰이 사건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항소를 포기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는 항소 포기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야 충돌을 제어하기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의 첫 사례에서조차 검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박주민 의원은 검찰 내부 규정까지 거론하며 항소 포기 결정이 정당한 업무 처리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검찰 내부 규정에는 구형한 형과 다른 형이 선고되면 항소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그런데도 항소하지 않은 것은 제대로 된 업무처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의 항소 포기가 특정 정당 인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시각이어서, 향후 여야 간 법 적용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일부 피고인에 대한 의견진술을 듣고 서증조사를 진행한 뒤, 오후부터 검찰의 구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검찰 구형량과 이를 둘러싼 피고인 측의 최종 변론이 마무리되면, 재판부는 선고 기일을 지정할 방침이다.

 

박범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10명은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을 폭행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2020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적용 혐의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등이다.

 

해당 충돌은 당시 여야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 등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지를 두고 극한 대치를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의안과 점거, 회의실 봉쇄, 물리력 행사 등 강경 수단을 동원하면서 국회 내 충돌이 격화됐고, 이 과정이 대규모 고발과 수사로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패스트트랙 사건 재판이 여야를 막론한 과거 국회 물리 충돌 관행에 대한 일종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재판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 검찰권 행사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 국민의힘은 사법부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신중 모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어떤 구형을 제시할지에 따라 정치적 파장도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여야 전·현직 의원들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향후 선고 결과는 국회 내 여야 관계와 향후 국회선진화법 운용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국회는 패스트트랙 충돌 재판의 결말을 지켜보면서 향후 회기에서 물리적 충돌 방지 대책과 의사진행 관행 개선 방안을 두고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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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박주민#패스트트랙충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