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기술로 F-15까지 잡았다”…한화시스템, 보잉과 항전장비 공급계약
방산 수출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한국 방산업체와 미국 방산기업 간 협력이 확장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한국 공군과 미국 공군의 대표 전투기 플랫폼에 항전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정부 주도의 세일즈 외교와 결합된 수출 다각화 전략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12월 18일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이자 미국 대표 방산기업인 보잉과 계약을 맺고, 한국 공군의 F-15K와 미 공군의 최신형 전투기 F-15EX에 장착될 대화면 다기능 전시기 ELAD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한화시스템이 미국 시장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화면 다기능 전시기는 기존에 여러 계기판으로 분산돼 있던 비행·임무 정보를 하나의 대형 화면으로 통합해 제공하는 장비다. 한화시스템에 따르면 조종사는 필요한 정보를 한 화면에서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를 통해 임무 컴퓨터로 직접 명령을 전달할 수 있어 상황인식 능력과 임무 수행 효율이 크게 향상된다.
이번 계약은 방위사업청 항공기사업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차원의 산업 협력과 세일즈 외교, 그리고 한화시스템이 축적해 온 항전 장비 기술력이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해 온 방산 수출 지원 정책이 미국 항전 장비 시장 진입이라는 구체적 성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한화시스템이 보잉에 공급할 ELAD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에 탑재된 다기능 전시기 개발 경험을 토대로 설계된다. 회사 측은 F-15EX 기체 특성과 조종석 배치, 운용 환경을 고려해 임무 수행에 최적화된 맞춤형 설계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F-15EX는 F-15 시리즈의 최신형 모델로, 높은 무장 탑재량과 긴 항속거리, 개방형 아키텍처 기반 확장성을 갖춘 전투기다. F-15 계열은 미국을 포함해 한국, 일본, 싱가포르,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국가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각국 공군이 조종석 현대화 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시스템의 장비가 향후 F-15 성능개량과 업그레이드 시장에 추가 적용될 여지도 주목된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공급을 발판으로 F-15 업그레이드 과정에 한국 기술이 본격 참여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출 시장을 넓혀 온 한화시스템은 미국 시장 진입을 계기로 수출 다각화 전략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정부와 방위사업청의 지원을 강조하며 “정부·방사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항공전자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공군의 F-15K 성능개량 사업을 포함해 차후 미국의 F-15 업그레이드 및 글로벌 신형 전투기 사업 등에서 한화시스템 ELAD가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방산 수출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내세우는 가운데, 한화시스템의 미국 항전 장비 시장 첫 진출은 한미 방산 협력 확대 흐름과 맞물려 정치·외교·안보 차원의 의미를 함께 지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와 국방 당국은 이번 계약 사례를 참고해 다른 방산 분야에서도 수출 지원과 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