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비트코인 4년 주기 무너졌다”…가상자산 급락, 시장 구조 진화 신호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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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17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한 하락세에 휩싸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비트코인 급락의 원인을 기존의 ‘4년 주기’ 신화 붕괴에서 찾으며, 단순히 미국(USA)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위협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변화는 전통 투자 패턴에 대한 의문과 함께, 암호화폐 시장 구조가 ETF 및 기관 자금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지 시각으로 이번 주, 비트코인 가격은 9% 하락하며 심리적 지지선을 내줬다. 이더리움 역시 6% 하락했고, 리플(XRP)은 15% 급락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국 신규 관세 부과 가능성 언급 이후, 하루 만에 190억 달러 상당의 청산이 몰리면서 단기적 매도세가 시장 전반을 뒤흔들었다. 이후 투자심리 위축과 함께 매도세가 강하게 이어졌지만, 단순 지정학 이슈 외에도 시장 내 투자자 심리 변화가 작동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트코인 급락, 트럼프 관세 아닌 ‘4년 주기 신화 붕괴’ 가능성 제기
비트코인 급락, 트럼프 관세 아닌 ‘4년 주기 신화 붕괴’ 가능성 제기

비트코인 가격은 통상 4년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halving)’ 주기와 맞물려 등락해 왔으나, 이번에는 반감기 주기에 기초한 매매 전략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메사리(Messari)의 매튜 네이 연구원은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반감기 이후의 하락을 전제로 포지션을 잡고 있지만, 무역 갈등과 경기 불확실성이 겹쳐 방어적 심리가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스톡트윗(Stocktwits) 조너선 모건 수석 애널리스트는 “최근 매도세의 상당 부분은 자동화된 기계적 매도”라며 “낡은 ‘반감기 전 매수-반등 없으면 매도’ 전략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구조의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윈터뮤트(Wintermute)의 재스퍼 더 메어 전략가는 “채굴 보상이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진 만큼, 4년 주기가 과거처럼 결정적 변동성을 유발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비트코인 가격에는 ETF 승인, 기관 자금 유입, 파생상품 시장 확대 등 전통 금융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기존 ‘폐쇄형 암호화폐 시장’이 글로벌 금융흐름과 직접 연결된 복합 구조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여전히 반감기 주기가 의미를 가진다는 입장도 있다. 네이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연말 최고가를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모건 애널리스트는 “반감기 모델은 초기 시장의 잔재일 뿐이고, ETF와 기관 거래가 공급 구조를 대체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등 미국 주요 언론은 현 가상자산 시장이 “심리적 주기 대신 글로벌 자금 유동성에 따라 움직인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시장이 이제 더 이상 채굴 보상에 의존하는 단순 구조가 아니라고 진단한다. 급락이 반복될 경우 투자자 심리가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고, 과거 패턴이 통하지 않는 만큼 장기적 시장 예측도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자 스스로 과거 주기 신화에 기대 단기 매집·투매 행태를 반복하는 위험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내재 가치보다 투자심리와 외부 변수에 더욱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당분간 시장 구조 변화에 주의 깊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치가 향후 국제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과 투자 행태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된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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