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백신 시장 커진다”…JW중외, 고령층 예방전략 부각
면역력 저하로 재활성화되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고령층과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부담을 키우면서, 제약업계가 대상포진 백신을 축으로 한 예방시장 선점에 나서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통증 중심의 신경계 합병증이 장기화되면서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있어, 업계는 대상포진을 피부질환이 아닌 만성 통증질환 관점에서 관리하는 전략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21일 JW중외제약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대상포진 특성과 예방 필요성을 상세히 알린 것도 이 같은 시장 변화를 반영한 행보로 읽힌다.
JW중외제약에 따르면 대상포진은 과거 수두에 걸렸던 사람에게서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척수 주위 신경절 등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진 시점에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발병 자체는 신규 감염이 아니라 재활성화에 가깝고, 수두 병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국내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면역저하 인구가 늘면서 향후 환자 규모도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임상 현장에서는 증상 패턴이 비교적 뚜렷하다. 초기에는 몸살, 미열, 극심한 피로감 등 감기와 비슷한 전구 증상이 나타난 뒤, 보통 몸통이나 흉부 등 신체 한쪽을 따라 찌르는 듯한 통증과 붉은 발진이 발생한다. 이후 해당 부위에 물집이 무리 지어 생기면서 신경을 따라 띠 모양으로 퍼지는 양상이 대표적이다. 통증은 피부 병변의 범위를 넘어 번개가 치듯 날카롭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 단순 피부 트러블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대상포진 관리의 핵심은 통증과 후유증이다. 피부 병변이 가라앉은 뒤에도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는 시기 동안 신경 손상으로 인한 만성 통증이 남을 수 있는데, 이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부른다. 신경 자체가 손상된 상태라 기존 진통제로는 조절이 어렵고, 수면장애와 우울감까지 동반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완치 개념으로 보기 힘든 만성 통증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과 예방 전략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발병 위험은 면역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50세 이상 고령층에서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며, 당뇨, 암, 만성 신장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의 기저질환이 있거나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는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수면 부족과 과로,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도 면역 균형이 무너질 수 있어 대상포진 발생률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번 걸렸다고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구조도 아니다. 재발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고령층과 중증 면역저하자의 경우 같은 부위 또는 전혀 다른 신체 부위에서 재발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장기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발생 부위에 따라 임상적 위중도도 달라진다. 눈, 이마, 코 주변 등 안면 부위에 대상포진이 생기면 시신경과 안면신경을 중심으로 신경 염증이 퍼질 수 있어 시력 저하, 각막 손상, 안면 마비, 청력 저하와 같은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감각신경뿐 아니라 뇌신경까지 침범할 경우 장기적인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항바이러스제 투여와 통증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계와 공공의료기관은 예방접종을 중심으로 한 선제적 관리 전략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현재 대상포진 백신은 생백신과 불활성화백신 두 가지가 활용된다. 생백신은 병원성을 크게 낮춘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소량 주입해 체내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면역기능이 비교적 정상인 50세 이상 성인에서 주로 사용된다. 한 번 접종으로 일정 기간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고령층에서 시간이 지나며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재접종 시기 설정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면역이 크게 떨어진 환자에게는 불활성화백신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불활성화백신은 사멸된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제조돼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증식하지 않아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 장기이식 환자,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자가면역질환 환자처럼 감염 위험은 높은데 생백신 사용이 부담스러운 그룹에서 접종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점이 산업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일부 백신은 보조제를 활용해 고령층에서도 항체 반응을 높이는 방식으로 설계되면서, 임상 데이터 축적에 따라 시장 확대 여지도 거론된다.
접종 경로는 비교적 단순하다. 전국 보건소와 지자체 지정 예방접종 의료기관, 일반 병원과 의원 등에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별로 고령층 대상 비용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흐름도 확산되는 추세다. 지자체 지원이 확대될수록 접종률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는 입원 치료와 만성 신경통 관리에 투입되는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를 배경으로 대상포진 백신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면역저하자 대상 접종 권고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각국 제약사가 고효능 불활성화백신 개발과 생산능력 확대에 투자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도 수입 백신 중심 시장구조 속에서 JW중외제약을 포함한 제약사들이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정보 제공을 강화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와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대상포진을 조기치료 가능한 감염질환이자, 예방접종으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통증질환으로 재정의하는 시각에 주목하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와 함께 예방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험 급여, 공공 지원, 고위험군 선별 기준을 놓고 의료계와 정책 당국 간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대상포진 백신과 통증 관리 솔루션이 고령사회 보건 패러다임 전환의 시험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