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물안개 속을 걷다”…가을 자연이 선물하는 호젓한 힐링
여행을 생각할 때 제천이 머릿속을 스친다. 예전엔 멀고 낯선 이름이었지만, 지금 이곳은 자연이 주는 맨얼굴의 평온을 찾으려는 이들의 일상이 됐다. 구름이 많은 계절, 제천에서는 호수와 산이 느긋하게 사람을 반긴다.
이른 아침, 의림지 둑방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 삼한시대의 숨결을 품은 고요한 호숫가, 노송의 내음과 투명한 물빛이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한순간의 여유를 선사한다. 저녁이 가까워지면 수면 위로 붉게 져무는 하늘이 번진다. 그때 풍경을 담으려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조용한 풍경에 모처럼 진동을 더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설명된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지역관광 통계에 따르면 제천을 찾는 자연휴식 여행객은 꾸준히 증가 중이다. 가족, 연인, 혼자 온 이들까지 여행의 목적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자연 속 걷기, 경관 감상, 짧은 산책에 이끌린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제천의 대명사인 청풍호반케이블카는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청풍호와 산들의 파노라마를 하늘 위에서 감상하도록 돕는다. 발아래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호수, 비봉산 정상을 휘감는 바람은 탁 트인 시야와 알 수 없는 해방감을 선사한다. 비봉산에 도착해 사방을 내려다보면, 마치 섬에 발을 내딛은 듯한 아득한 기분이 마음 한켠을 적신다.
옥순봉 출렁다리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꼭 건너본다는 명소다. 흔들리는 현수교 위에 두 발을 내딛고 있는 동안, 한쪽엔 호수의 잔잔한 물빛이 흐르고, 그 건너엔 기암절벽 옥순봉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데크로드와 트레킹 길이 이어져 있어, 가볍게 산책을 나선 시민과 관광객 누구라도 자연을 누리며 천천히 걸을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여행자는 “반나절만 걸으면 마음이 풀린다”며, “익숙했던 도시의 소음이 점점 멀어지는 게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제천을 다녀온 후엔 늘 마음이 정화된다”, “출렁다리에서 본 호수 풍경은 잊히지 않는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도시 탈출형 ‘로컬 리셋 여행’이라고 설명한다. 가족 브런치 대신 산책, 명소 인파 대신 호수의 적막을 고르는 일이 어쩌면 삶의 경계선을 다시 긋는 작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작고 사소한 움직임이지만, 그만큼 우리 삶은 자연이 허락하는 평온함으로 천천히 닿고 있다. 오늘 제천의 맑은 공기와 호수의 반짝임은 지금 이 변화가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임을 조용히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