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설계부터 테스트까지”…LG CNS, 클라인과 에이전틱AI로 개발혁신 노린다
AI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공정을 뒤흔드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코드 보조 수준에 머물던 생성형AI가 요구사항 분석, 설계, 구현, 테스트까지 전 과정에 개입하는 에이전틱AI로 진화하면서, 시스템 통합과 엔터프라이즈 개발 방식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대형 SI 기업이 글로벌 오픈소스 AI 코딩 에이전트와 손잡고 독자 플랫폼을 예고한 만큼, IT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과 보안 경쟁이 새 국면을 맞이한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AI 개발 자동화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AX 전문기업 LGCNS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본사에서 미국 AI 코딩 에이전트 개발사 클라인과 차세대 에이전틱AI 기반 솔루션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했다. 행사에는 LGCNS 현신균 사장과 클라인 사우드리즈완 CEO 등 양사 경영진이 참석해 기술 협력 방향을 공유했다. 양사는 LGCNS의 자체 AI 코딩 기술인 DevOnAINativeDevelopment에 클라인의 코딩 에이전트를 결합해, 엔터프라이즈용 에이전틱AI 솔루션 ClineSpecDrivenForEnterprise를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ClineSpecDrivenForEnterprise의 핵심은 자연어 요구사항만 입력하면 AI가 스스로 설계안을 도출하고, 소스코드를 작성한 뒤, 테스트 케이스를 생성해 검증과 품질진단까지 수행하는 자동화 파이프라인에 있다. 지금까지 AI가 개발자가 작성한 코드를 보조하거나 부분 수정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에이전틱AI를 통해 개발 공정 전체를 하나의 지능형 에이전트가 주도하도록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리드 타임과 인력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기술로 평가하고 있다.
클라인이 제공하는 코딩 에이전트는 전 구성 요소가 공개된 오픈소스 구조를 채택한다. 기업은 내부 개발 환경, 형상관리 시스템, 빌드 및 테스트 인프라에 맞춰 에이전트를 자유롭게 수정·연동할 수 있다. 또한 코드와 메타데이터가 외부로 전송되지 않고 기업 망 안에서만 처리되도록 설계돼, AI 학습 과정에서 고객 데이터가 활용되지 않는 점을 앞세워 보안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정 생성형AI 모델이나 특정 클라우드 인프라에 묶이지 않는 벤더 종속성 최소화 구조 역시 특징으로 꼽힌다.
이 같은 개방성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클라인의 코딩 에이전트는 글로벌 오픈소스 개발 플랫폼 깃허브에서 최근 성장률 4704퍼센트를 기록하며 빠르게 사용자층을 넓히고 있다. 다양한 언어와 프레임워크, 개발 도구 체인에 접목 가능한 구조 덕분에,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차세대 AI 소프트웨어 도구 중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 LGCNS는 이러한 글로벌 성장세와 기술 성숙도를 에이전틱AI 상용화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LGCNS는 자사 SI 사업에서 축적한 도메인 지식을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재구성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구축 중인 지식 파운데이션은 금융, 제조, 유통, 공공 등 다양한 산업 프로젝트에서 쌓인 설계 문서, 코드 패턴, 테스트 시나리오, 장애 대응 이력 등을 정제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다. 에이전틱AI는 고객 요구사항을 자연어로 입력받으면 이 지식 파운데이션에서 유사 사례와 기술 정보를 검색, 분석해 프로젝트 구조 설계부터 상세 로직, 테스트 전략까지 일관된 결과물을 제안하도록 설계된다.
예를 들어 금융권 이상거래탐지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AI가 먼저 고객사가 제시한 이상거래 유형, 신고 절차, 내부 통제 규정 등의 요구사항을 분석한다. 이후 유사 금융 프로젝트 사례와 규제 요건을 지식 파운데이션에서 추출해 시스템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탐지 로직과 인터페이스 코드까지 자동으로 작성한다. 이어 수백 건 규모의 테스트 케이스를 생성해 시나리오 실행과 결과 검증까지 수행한 뒤, 품질 리포트를 제공한다. 개발자는 이 과정을 감독하고 결과물의 적합성과 안정성을 검토하는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에이전틱AI 기반 개발 환경은 대형 SI 프로젝트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레거시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힌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는 요구사항 변경과 추가 개발이 반복되는데, AI가 변경 이력을 실시간 반영해 설계와 코드를 재구성하면 유지보수 효율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또한 온프레미스 구축 방식을 지원함으로써 고객사가 자체 데이터센터나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솔루션을 배치해, 내부 규정상 외부 클라우드 사용이 제한적인 금융, 공공 분야에서도 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쟁 구도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코파일럿 형태의 AI 개발자 도구를 앞다퉈 출시해 개발자 생산성 경쟁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다수 서비스가 특정 대형 언어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에 깊게 결합돼 있어,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고객에게는 벤더 종속과 데이터 주권 이슈가 상존한다. LGCNS와 클라인의 조합은 오픈소스 코딩 에이전트와 SI 특화 지식 베이스를 결합해, 국내외 대형 고객을 겨냥한 독립형 에이전틱AI 개발 플랫폼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와 거버넌스 관점에서도 과제가 남아 있다. 개발 공정 전 과정에 걸쳐 AI가 자동 생성한 코드와 아키텍처가 실제 장애나 보안 사고로 이어졌을 때 책임 소재를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국내외에서는 AI가 관여한 소프트웨어의 품질 관리 기준과 검증 절차를 별도로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알고리즘 투명성과 변경 추적을 위한 로깅 체계 요구도 커지고 있다. 온프레미스 방식이라 하더라도 대형 언어모델 호출이나 외부 API 연동이 포함될 경우, 데이터 국외 이전과 개인정보 보호 규제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LGCNS는 공동 개발 중인 에이전틱AI 솔루션을 우선 내부 프로젝트에 적용해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한 뒤, 대외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사내 레거시 시스템 개선, 신규 서비스 개발에 시범 적용하면서 개발 기간 단축과 결함률 감소 등 정량적 지표를 확보해, 금융과 제조, 공공 분야 고객을 대상으로 단계적 상용화를 추진하는 전략이 예상된다. 도입 초기에는 사람과 AI가 역할을 분담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유지하되, 프로젝트 유형에 따라 AI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식이 유력하다.
안현정 LGCNS 디지털비즈니스사업부 어플리케이션아키텍처담당 상무는 생성형AI를 넘어 에이전틱AI로의 전환 속도를 강조하며, 고객사 시스템 구축과 솔루션 제공 투트랙 전략을 통해 품질과 생산성 혁신을 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대형 SI 기업이 자체 데이터와 오픈소스 에이전트를 결합한 에이전틱AI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향후 국내 IT 서비스 시장에서 프로젝트 수주 경쟁뿐 아니라 AI 개발 자동화 플랫폼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러한 기술이 실제 프로젝트 현장에 어느 속도로 안착할지, 그리고 인력 구조와 품질 책임 체계에 어떤 재편을 불러올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