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착·역류 동시 진단 환자 심장 사망률 1.5배”…삼성, 복합 판막질환 치료 변화 예고
복합 심장판막질환이 국내 초고령사회에서 주요 건강 이슈로 부상하는 가운데, 중등도 대동맥판막협착과 중등도 대동맥판막역류가 동시에 있는 환자는 단일 질환 환자에 비해 심장 질환 사망 위험이 1.5배 높다는 다기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공동 연구팀은 14일, 2008~2022년 3개 병원에서 수집된 4395명의 ‘한국다기관판막질환코호트’ 데이터를 심층 분석, 복합 판막질환 환자의 실질적 위험도가 중증 협착 환자와 유사함을 밝혀냈다.
대동맥판막은 심장 좌심실과 대동맥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며, 협착(두꺼워져서 열리기 어려운 상태)과 역류(판막이 헐거워져 피가 거꾸로 흐르는 상태)가 동시에 존재할 때 심장에 과부하가 가해져 기능 저하와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번 연구에서는 복합증상 환자가 단일 중등도 협착 환자보다 심부전 입원과 심장 사망 위험이 1.49배 높았고, 중증 협착 단독 환자군과 비슷한 위험 수준임이 입증됐다.
이러한 결과는 판막 협착이나 역류가 중등도에 머무는 경우 전통적으로 소극적 경과관찰만 시행해온 임상 관행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복합증상 환자에게는 조기 개입과 치료 전략이 중증 환자 수준으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심장판막질환 유병률은 2010년 9.89%에서 2023년 17.03%로 급증하고 있으며,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복합 판막질환 환자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중증 협착 환자 10명 중 1명꼴로 중등도 역류 병합이 확인되고 있다.
글로벌 측면에서도 복합 판막질환에 대한 세분화된 진단과 임상 전략 수립은 유럽·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각종 가이드라인이 ‘중등도’ 질환자 치료 기준에 변화를 예고하는 가운데, 국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 고령화 국가에서도 임상 근거로 적용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구를 이끈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세 병원의 대규모 다기관 코호트 분석을 통해 국내 고령 환자 특성에 맞는 적극적 치료 기준을 제시했다”며 “향후 복합 판막질환 환자의 진단과 조기 개입 정책, 국가 단위 의료 지침 개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가 심장질환 관리 정책과 병원 진료 패러다임에 전환점을 마련할지 주시하고 있다. 판막질환 진단·치료 기술과 임상 빅데이터가 융합되면서, 향후 AI 기반 심장 영상 해석과 환자 맞춤형 치료지침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기술과 융합 의료체계, 변화된 인구 구조에 맞는 정책이 산업 성장의 새로운 조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