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장경태 성추행 의혹 이해충돌 논란"…법사위서 여야 정면 충돌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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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의혹을 둘러싼 이해충돌 공방이 국회 심장부에서 폭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혹을 놓고 고성 속에 맞붙었다. 상임위 활동 자격 문제와 언론 보도 왜곡 공방이 뒤엉키며 법안 심사는 한동안 뒷전으로 밀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법사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장경태 의원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법사위원으로 계속 활동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문제를 제기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허위 조작과 무고를 주장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장경태 의원을 정면 비판했다. 신동욱 의원은 "장 의원이 성추행으로 수사를 받는데 피해자를 무고했다. 부끄러운 줄 알라. 이해충돌인데 법사위원 자격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국민권익위원장을 했던 전현희 의원은 (장 의원과) 옆자리에 앉아 소름 끼치지 않느냐"고 언급하며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까지 겨냥했다.

 

신동욱 의원은 장경태 의원 관련 의혹 동영상을 언급하며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일부 언론이 보도한 영상에 대해 "국민이 화면을 다 봤는데 데이트 폭력이라고 주장하나. 국민은 장 의원의 손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다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 검찰에 가서 무죄를 입증하고 돌아오라"고 요구했다.

 

신동욱 의원의 공세는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에 제기했던 이해충돌 논란과도 연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나경원 의원의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등을 근거로 법사위원 활동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여당이 같은 잣대를 적용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압박한 셈이다.

 

이에 대해 장경태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신동욱 의원의 방송 경력을 겨냥하며 책임을 돌렸다. 장경태 의원은 "TV조선에서 허위 조작 보도를 했다. 영상을 보면 악의적인 조작 보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자이크한 첫 영상은 어깨동무하는 영상이 아니라 여성이 저를 잡아당기고 있는 영상"이라며 자신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장경태 의원은 국회의원 면책특권 논란도 꺼냈다. 그는 "제가 무고죄로 고소해드릴 테니 면책특권이 없는 회의장 밖으로 나가서 얘기하라"고 말하며 신동욱 의원의 발언을 법적 조치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의혹 제기를 무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법정 다툼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거들었다. 같은 당 김기표 의원은 장경태 의원 관련 사건의 경위를 짚으며 국민의힘의 공세를 반박했다. 김기표 의원은 "(장 의원 의혹은) 1년 지나 고소된 사건이고 이를 언론에서 받아서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경원 의원은 이미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수사가 충분히 돼 법원에서 재판까지 받고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강조하며 두 사안을 비교했다.

 

김기표 의원의 발언은 장경태 의원 의혹이 제기된 시점과 수사 진행 상황을 감안할 때,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패스트트랙 사안과 달리 장 의원 사건은 검찰과 법원의 판단 이전 단계이므로 법사위원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로도 읽힌다.

 

여야 공방이 격해지자 회의를 주재하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제동을 걸었다. 추미애 위원장은 이날 장경태 의원 의혹을 처음 꺼낸 신동욱 의원에 대해 발언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상임위 본연의 심사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추미애 위원장은 절차 정리에 나선 뒤 곧바로 법안 심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장경태 의원을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과 여야 간 공방은 이날 회의 내내 정치적 긴장감을 가중시키는 배경으로 남았다.

 

장경태 의원 의혹에 대한 수사는 앞으로 정치권 공방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법사위원직 유지 여부, 나아가 여야가 서로에 대해 제기해 온 이해충돌 논쟁이 재점화될 수 있어서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도 관련 의혹과 책임 공방을 놓고 다시 격돌할 전망이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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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태#신동욱#추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