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내란 막았어야 할 키맨"…특검, 한덕수에 징역 15년 구형 "향후 재판 기준될 것"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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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사태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특검과 전직 국무총리, 정보기관 수장으로 번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중형을 요청하고,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도 금명간 재판에 넘기겠다고 밝히면서 정치권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26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결심 공판 이후 브리핑을 통해 이날 구형이 향후 모든 관련 재판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날 결심 공판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 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다. 특검팀은 "과거의 내란 관련 선고형과 달라진 시대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 구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내란범 처벌 수위에 관한 기존 판례의 맥락을 유지하되, 민주주의 성숙도와 국가책임 기준 변화를 반영했다는 취지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한덕수 전 총리를 두고 "내란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었던 키맨이었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내란이 발생하면서 국민 전체가 피해를 봤고,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상도 현격히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내란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최고위 책임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만큼, 방조 책임을 무겁게 봤다는 설명이다.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사법 처리 과정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검팀은 지난 8월 한 전 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는 수사 동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과도한 혐의 적용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특검팀은 영장 기각 이후에도 수사를 이어갔다. 검토 끝에 한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이후 재판 과정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내란 실행 과정에서 총리의 보고·지휘 체계 참여 정도와 행위 전모를 재구성하면서 법적 책임 범위를 넓힌 셈이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영장 기각 이후 제기된 비판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앞서 한 전 총리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이후에는 무리한 수사라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면서도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민이 보고 사건을 판단해 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정당성을 최종적으로 법원과 여론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검팀은 같은 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도 소환해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계엄 선포 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으로부터 이재명, 한동훈 등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계엄군 동향 보고를 받고도 이를 국회에 알리지 않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헌법기관인 국회를 상대로 한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는 것이 특검 측 판단이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오늘 조사가 끝나면 조 전 원장에 대한 수사는 마무리될 것"이라며 "금명간 기소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후 조 전 원장 사건은 법원 심리를 통해 계엄 선포와 정보기관 역할, 국회 통제 장치 작동 여부를 집중 검증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재판 경과에 따라 책임 공방이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 한덕수 전 총리와 조태용 전 원장에 대한 법적 판단은 12·3 비상계엄 정국에서 행정부와 정보기관이 헌법 질서를 어떻게 수호했는지, 또는 방조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특검이 "향후 이뤄지는 모든 재판 구형의 기준"을 언급한 만큼, 같은 사안으로 수사를 받는 군·정보·행정 라인 전반에 대한 양형 기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1심 선고와 이후 항소심, 대법원 판단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정치적 책임과 형사 책임의 경계, 내란 방조의 법적 구성 요건 등이 본격적으로 쟁점화될 전망이다. 특검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국회와 정부는 비상계엄 통제 장치를 재점검하고 제도 보완 논의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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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조은석특검#조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