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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어쩔수가없다 무관 안긴 침묵”…베니스의 긴 한숨→아카데미까지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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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어쩔수가없다 무관 안긴 침묵”…베니스의 긴 한숨→아카데미까지 물들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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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따사로운 가을 햇살 속,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경쟁 부문 레드카펫을 밟으며 오랜만에 한국 영화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등 한국 최고의 배우들이 만들어 내는 세계는 처음 상영된 순간부터 해외 언론과 관객들 사이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러나 폐막의 밤, 공식 수상자 명단이 발표되자 ‘어쩔수가없다’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감독과 배우,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애정을 보내던 팬들 모두를 적시는 적막이 길게 이어졌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오랜 만에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한국 장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특히 ‘친절한 금자씨’ 이후 20년 만에 박찬욱 감독이 이 자리에 섰다는 점은 올해 영화제의 또 다른 상징으로 묘사됐다. 제작진과 배우진 모두 월드프리미어의 영광을 누렸고, 영화 팬들은 이병헌이 연기한 만수라는 인물을 통해 자본주의와 가족, 절망과 희망 사이의 날카로운 경계선을 느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평범했던 한 가장이 해고 이후 가족과 집, 그리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사투를 그려낸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올해 베네치아의 최고 영예 황금사자상은 미국 거장 짐 자무시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가 차지했다. 튀니지의 카우더 벤 하니아 감독, 미국의 베니 사프디 감독 등 세계적 감독들의 이름이 주목받은 가운데, 박찬욱 감독의 이름이 수상자 명단에 오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 또한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수가없다’가 전한 메시지와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에는 잔잔한 여운과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한국 영화계에서는 13년 만에 베니스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은 일상과 비극, 인간의 사투라는 테마를 농도 깊게 형상화하며, 관객에게 가슴을 흔드는 질문을 던졌다. 비록 베니스의 영예는 뒤로 미뤄졌지만, 이미 영화는 2026년 아카데미상 국제 장편 부문 한국 공식 출품작으로 선정돼 또 한 번의 기적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영화의 여정이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관객들의 기억 속으로 천천히 옮겨가고 있다. ‘어쩔수가없다’가 전한 묵직한 한숨과 희망이 세계 영화계에 어떤 파장을 남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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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어쩔수가없다#이병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