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8만달러선 급락 뒤 재상승”…비트코인, 日금리·中규제 충격에 변동성 확대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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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의 대표 종목인 비트코인이 전날 급락 이후 다시 상승세를 시도하며 투자자 심리를 시험하고 있다. 하루 만에 급락과 반등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구조적 변동성과 대외 변수에 대한 취약성이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규제와 일본 금리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비트코인 조정 국면이 길어질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통화정책과 위험자산 선호 흐름에 어떤 변화를 예고하는지 관심이 쏠린다.

 

2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30분 기준 비트코인은 8만6,336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장중 한때 8만3,800달러대까지 밀리며 전날에 이어 약세 흐름을 보였으나, 오후 들어 8만5,000달러선을 두고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에서는 같은 시각 1억2,959만~1억2,963만 원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비트코인 다시 상승, 흔들린 신뢰 시험대에 서다
비트코인 다시 상승, 흔들린 신뢰 시험대에 서다

직전 사상 최고가와 비교하면 조정 폭은 더 크다. 미국 코인베이스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10월 6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 12만6,210.50달러에서 30퍼센트 넘게 내려와 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최고가의 약 3분의 2 수준으로 미끄러진 셈으로, 단기 과열 구간 이후 가파른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락의 직접적인 촉매로는 중국과 일본발 악재가 거론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29일 공안부 등 13개 부처와 함께 낸 공동 성명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사기, 자금세탁, 불법 자본 이동 위험이 큰 불법 금융행위로 규정했다. 이 내용이 주말 사이 시장에 퍼지면서 1일 홍콩 증시의 관련 종목이 급락했고, 부정적 분위기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전반으로 확산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행의 태도 변화 조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나고야 강연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이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 0.5퍼센트인 금리를 0.75퍼센트로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을 빠르게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10년물과 30년물 국채금리는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고, 미국과 독일 국채 수익률도 동반 상승했다.

 

일본 금리 상승 가능성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이어졌다. 저금리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온 구조가 흔들릴 경우,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대거 매도해 엔화를 상환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다. 월가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은행의 매파적 신호가 글로벌 채권시장의 ‘나비 효과’를 불러오고 있고, 채권 수익률 상승이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비트코인 조정을 단기 이벤트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온체인 분석가 벤자민 코웬은 1일 공개한 분석에서 비트코인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긴축 종료 기대에도 반등하지 못하고 오히려 하락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9년 연준이 양적긴축 종료를 발표한 직후 비트코인이 수개월간 추가 하락을 겪었던 사례를 제시하며, 현재 상황이 2019년과 유사한 구조적 약세 국면 초입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코웬은 유동성 확대가 실제로 시작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2026년 중반까지 이어지는 장기 약세장이 전개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중간중간 200일 이동평균선을 향한 기술적 반등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반등에 대한 기대와 긴 호흡의 조정 시나리오를 동시에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시장 내 과도한 레버리지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투자자문사 페드워치 어드바이저스의 벤 에몬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 약 4억 달러 규모의 거래소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거래소에서는 최대 20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 포지션이 존재해, 가격이 주요 지지선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연쇄 청산 리스크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런 구조는 반등 과정에서도 다시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패턴을 강화해 투자 심리를 소모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온라인 여론은 냉소와 기대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분석업체 BBD랩 집계에 따르면 12월 1일부터 2일 오전 10시까지 주요 포털에 올라온 비트코인 급락 관련 기사는 250건, 댓글은 840개, 반응은 955개로 나타났다. 매일경제, 뉴스1, 한국경제 기사 댓글에는 “오를 때 이유가 없었는데 내린다고 이유가 있겠냐”, “또 오른다 기다려라”와 같이 상반된 시각이 나란히 달렸다. “주식은 배당이라도 주지 비트코인은 아무것도 없다”, “사실상 코인 시대 끝났다”는 회의론과 함께 “조정 뒤 새 고점 향할 수 있을까”를 묻는 시선도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급락 직후 다시 상승을 시도하는 지금의 국면을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로 보고 있다. 고금리와 규제 강화, 레버리지 청산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가운데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 반전될지 여부가 향후 가격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향후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과 국채 금리 추이가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의 다음 단계를 결정짓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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