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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의술로 생명 이어가다”…고대의료원, 세네갈 환자 신장이식 성공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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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이식의학과 혈관외과 기술이 결합된 신장이식 수술이 저개발국가 환자의 삶을 바꾸는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이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만성신부전으로 장기간 투석에 의존해온 40대 환자를 한국으로 초청해 신장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의료 인프라와 전문 인력이 부족한 국가 환자에게 고난도 이식 수술을 제공하는 글로벌 의료지원 모델로, 국내 의료계의 사회적 책임과 K의술 위상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이 같은 글로벌 공익 의료 프로그램이 의료 기술력 확산과 국제 보건 협력의 접점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은 15일 세네갈 출신 만성신부전 환자 장 피에르 47세에게 성공적인 신장이식 수술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장 피에르는 현지에서 수년간 혈액투석 치료를 받아왔지만, 고난도 수술과 사후 관리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신장이식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려대의료원은 환자와 공여자의 한국 초청부터 정밀검사, 수술, 회복과 퇴원에 이르는 전 치료 과정을 전폭 지원했다.

수술은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정철웅 교수팀이 집도했다. 이식혈관외과는 공여 신장의 혈관과 수혜자의 혈관을 미세 단위로 연결해 혈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고난도 술기를 요구하는 분야로, 수술 성공 여부가 장기 기능과 장기 생존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이번 수술은 오랜 투석으로 인해 환자의 전신 상태와 혈관 조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돼, 고도의 수술 계획 수립과 합병증 관리 역량이 필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 신장을 제공한 공여자는 환자의 20대 아들 라울 에릭 마티아스였다. 가족 간 생체 공여 이식은 조직 적합성 면에서 유리하지만, 공여자 안전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된다. 의료진은 최신 영상진단 장비와 수술 전 정밀 평가를 통해 공여자의 신장 기능과 전신 상태를 다각도로 확인했고, 최소 침습 수술 기법을 적용해 회복 부담을 줄였다. 수술 후 아들과 아버지 모두 안정적인 경과를 보이며 퇴원했다.

 

정철웅 교수는 장기적인 투석 치료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던 환자가 신장이식을 통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된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신장을 내어놓는 결단을 내린 데 대해 깊은 감동을 전하며, 두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가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장이식은 평생 투석에 비해 환자의 생존 기간과 활동성을 크게 높이는 치료 옵션으로, 적절한 공여자와 수술 인프라가 있을 경우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원을 앞두고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열린 축하식에서 장 피에르는 직접 쓴 편지를 통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건강한 미래를 그저 꿈으로만 여기던 시절을 떠올리며, 밤낮없이 본인을 돌본 의료진과 후원자,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의료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교육을 통해 세네갈로 돌아간 뒤에도 면역억제제 복용과 감염 관리 등 필수 사후 관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 체계가 마련됐다.

 

이번 사례는 고려대의료원이 추진 중인 글로벌 호의 생명사랑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의료원은 개원 100주년이 되는 2028년까지 저개발국가 환자 100명을 초청해 치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난이도 높은 중증 질환과 이식 수술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국내 상급종합병원이 축적한 의료 기술과 임상 경험을 국제 공공재 형태로 확장하는 구상으로, 의료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새로운 모델로 주목된다.

 

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은 장 피에르의 회복과 퇴원이 한 개인의 건강 회복을 넘어 한 가족의 미래를 되찾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여자와 수혜자 모두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간 점에서 병원 차원의 통합적 지원 시스템이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중증 질환 환자가 국경을 넘어 치료를 받는 구조에서는 비자, 체류, 언어, 문화적 장벽까지 함께 해결해야 해 병원의 국제진료 역량과 지원 인프라가 핵심이 된다.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은 이번 신장이식 사례가 의료의 본질적 가치인 생명 살리기와 삶의 기회 회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대의료원이 단순한 치료 제공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포용적 병원 문화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의료계에서도 고난도 이식 수술 기술을 인류 보건 향상을 위한 공익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추세다.

 

국제 보건 전문가들은 첨단 의술과 공공성을 결합한 이러한 프로젝트가 향후 글로벌 헬스케어 협력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신장이식과 같은 고난도 수술은 다학제 팀, 고가 장비, 체계적 사후 관리를 필요로 해 저개발국가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 선진 의료기관이 치료와 교육, 기술 이전을 결합한 장기 프로그램을 설계할 경우, 수혜 국가의 의료 자립도 제고와 인력 양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의료산업계에서는 의료 수출과 인도주의적 지원이 병행되는 모델이 늘어나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헬스, 원격 모니터링, 교육 플랫폼을 접목해 수술 이후 관리와 현지 의료진 역량 강화까지 포괄하는 통합 패키지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세네갈 환자 신장이식 사례가 K의술의 기술력과 공익성을 동시에 보여준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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