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싸워도 할 일은 한다"…이재명 대통령, 국민의힘 예산안 합의에 감사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다시 맞섰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인 국민의힘의 합의에 감사를 표하며 국회 협치의 단면을 드러냈다. 반면 12·3 비상계엄 관련 사법 처리 문제를 두고는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1년을 맞아 발표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마친 뒤, 국정 운영 방향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이같이 밝혔다. 국회는 전날인 2일 법정 처리 시한 내에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재명 대통령은 예산안 처리 과정에 대해 "야당인 국민의힘 측이 합의 처리해 준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정치의 일면이 아닐까 싶다"며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할 일은 한다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대립과 공방이 잦은 여야 관계 속에서도 예산 심의와 처리라는 국회의 기본 책무를 함께 이행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셈이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 기각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전날 법원은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재명 대통령은 "제가 특별한 의견을 드리는 게 부적절한 것 같다"고 했다. 사법 판단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평가를 내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면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께서 상식과 원칙에 따라서 판단하실 것이고, 그 결과도 결국은 상식과 법률에 맞춰서 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공방과 별개로 최종적인 책임은 국민의 판단과 법적 절차에 따라 정리될 것이라는 메시지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예산안 관련 발언은 여야의 강한 대립 속에서도 예산 합의 처리에 힘을 보탠 국민의힘에 손을 내민 제스처로 해석된다. 동시에 비상계엄 수사와 추경호 의원 사건과 같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사법부 판단과 국민 여론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예산안 합의를 계기로 여야가 국정 현안 전반에서 협력의 폭을 넓힐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국회는 향후 정기국회와 임시국회 일정을 통해 예산 후속 입법과 비상계엄 진상 규명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