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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루키 캠프"…카카오, 비수도권 인재 키워 지역격차 낮춘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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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가르는 시대가 되면서, 청소년 단계부터의 AI 교육이 기업들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카카오는 비수도권 청소년을 겨냥한 실습형 AI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개발자와 엔지니어를 조기 발굴하고, 지역 간 디지털 교육 격차를 줄이는 장기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대규모 투자와 연계된 카카오 AI 인재 생태계 전략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카카오는 내년 2월 청소년 대상 합숙형 교육 과정인 카카오 AI 루키 캠프를 신설하고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1일 밝혔다. 미래 소프트웨어와 AI 분야에 관심 있는 청소년이 AI 개발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해 보는 실습 중심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체험을 넘어 AI가 사회 문제 해결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까지 다루도록 설계해, 책임 있는 AI 인재 양성을 목표로 했다. 카카오는 특히 교육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비수도권 학생에게 학습 기회를 집중 제공해 지역 간 기술 교육 편차를 줄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캠프 과정은 3박 4일 동안 AI 활용 문제 해결의 전 프로세스를 따라가며 설계됐다. 참가 학생들은 문제 정의 단계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이슈를 스스로 설정한 뒤, 데이터 구성과 전처리 과정을 거쳐 AI 모델을 설계하고 성능을 높이는 최적화 과정을 밟는다. 이후 실제 서비스 형태를 가정한 시스템 구현과 결과에 대한 윤리 검증까지 수행해, AI 작동 원리와 데이터 의존성, 알고리즘 편향 등 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을 체계적으로 학습하는 구조다. 아이디어 도출과 구현, 발표까지 이어지는 프로젝트 기반 실습을 통해 결과물을 완성하는 경험을 쌓는 점도 특징이다.

 

교육 콘텐츠는 카카오의 현직 개발자가 참여하는 특강과 멘토링으로 보완된다. 카카오 내부에서 실제 운영 중인 AI 서비스 사례를 바탕으로, 대규모 언어 모델과 추천 알고리즘, 컴퓨터 비전 같은 핵심 기술이 어떻게 서비스에 적용되는지 설명하고, 산업별 활용 방향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단순 코딩 스킬을 넘어 데이터 중심 문제 해결 방식과 AI 기반 서비스 기획 관점을 익히며, 향후 진로 방향을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운영 방식도 지역 안배에 초점을 맞췄다. 카카오는 비수도권 청소년 100명을 선발해 2회에 걸쳐 캠프를 진행한다. 1회차는 충청권과 전라권, 제주권 학생을 대상으로 2월 4일부터 7일까지, 2회차는 경상권과 강원권 학생을 대상으로 2월 9일부터 12일까지 운영된다. 교육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진행되며, 숙박과 식사, 교육비 등 캠프 운영 비용 전액은 카카오가 부담한다. 지방 거주 학생과 가정의 비용 장벽을 낮춰 참여 문턱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지원 자격은 2025학년도 기준 비수도권 중학교 재학생으로,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기본적인 디지털 이해도나 프로그래밍 경험만 갖추고 있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해, 특정 영재교육이나 특목고 준비 학생에 한정되지 않는 폭넓은 풀에서 인재를 찾는 구조다. 참가 신청은 12월 23일까지 카카오 AI 루키 캠프 전용 홈페이지에서 접수받으며, 최종 합격자는 2026년 1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프로그램 이해를 돕기 위해 학부모와 지원자를 대상으로 12월 13일 온라인 설명회도 연다. 여기에서는 AI 루키 캠프의 커리큘럼 구성, 운영 방식, 선발 기준, 안전 관리 등 세부 사항을 공유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할 계획이다. 비대면 방식으로 설명회를 운영해 지방 거주 가정이 시간과 이동 거리 제약 없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지역 대상 정책 기조와 맞물린다.

 

이번 AI 루키 캠프는 카카오가 최근 발표한 대규모 AI 인재 투자와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카카오는 지난 9월 국가 균형 성장을 목표로 국내 4대 과학기술원과 손잡고 지역 전반의 AI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카카오는 향후 5년간 총 500억 원 규모 기금을 조성해 지역 기반 AI 인재 양성과 연구 협력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청소년 대상 루키 캠프는 이 구상 중 초기 단계 저연령층 저변 확대를 담당하는 프로그램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그간 다양한 연령과 직군을 겨냥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AI와 디지털 역량 확산을 시도해 왔다. 소상공인의 AI 활용 능력을 높이는 카카오테크 AI 스쿨 사장님 클래스, 지역 거점 국립대와 연계해 개발자를 양성하는 카카오테크 캠퍼스, 대학생과 사회혁신가, 카카오 개발자가 지역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테크포임팩트 캠퍼스 등이 대표적이다.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를 줄이기 위한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도 운영하며 세대별 디지털 격차 해소에 나서고 있다. AI 루키 캠프는 이 포트폴리오를 청소년층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청소년 시기 AI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AI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바란다며, AI 루키 캠프를 기술을 한 번 체험하고 끝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집요하게 묻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생애 전환적 성장을 경험하는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업이 미래 핵심 인력을 직접 양성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AI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어떻게 편입하고, 지역 간 격차를 어떤 방식으로 줄일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 자사 인프라를 열어 실습 중심 교육을 제공하는 모델은 공교육을 보완하는 민간 주도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실제로 지역 격차 해소와 인재 육성에 얼마나 기여할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업의 서비스와 생태계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편입될지는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과제다.

 

산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이번 행보가 AI 기술 개발 경쟁을 넘어 인재 확보 경쟁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 위치한다고 본다. AI 기초 교육을 지역 청소년까지 확장하는 시도는 국내 AI 인력 저변을 넓히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동시에 기업과 공공, 교육기관이 어떤 역할 분담 구조를 만들어낼지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기술 고도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교육과 지역 균형, 산업 수요가 맞물리는 지점이 향후 성장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AI 루키 캠프와 같은 프로그램이 실제 인재 생태계로 얼마나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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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ai루키캠프#정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