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도시 동반성장"…우주청, 사천·고흥 손잡고 지역 살린다
우주항공 인프라가 집중된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장 전략이 등장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이 경남 사천시, 전남 고흥군과 손잡고 우주항공 산업을 지역경제 회복과 직결시키는 상생 모델 구축에 나섰다. 중앙부처와 비수도권 기초지자체가 직접 결합해 내수 진작과 인구 감소 대응을 동시에 꾀하는 실험으로, 우주항공 산업을 국가 균형발전의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우주항공 거점도시 간 시너지를 높이는 동시에, 향후 관련 기업·연구기관 유치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우주항공청과 사천시, 고흥군은 16일 우주항공청사에서 지방살리기 상생 자매결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주항공청 청사와 한국항공우주 본사가 위치한 사천, 나로우주센터를 보유한 고흥이 공식적인 협력체계를 맺으면서, 우주항공 핵심 인프라를 공유하는 도시 간 연계 전략이 가시화됐다. 이번 협약은 범부처 정책사업인 지방살리기 상생소비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협력의 기술적·산업적 배경에는 두 도시가 맡고 있는 우주항공 밸류체인 역할이 자리 잡고 있다. 사천시는 항공기 및 위성 제조, 정비, 시험 등 위성 중심 우주항공 산업이 집적된 제조·개발 거점이다. KAI를 비롯한 관련 기업과 연구 인프라가 모여 있어 항공·우주기술의 상용화와 수출 기반을 담당한다. 반면 고흥군은 나로우주센터를 중심으로 발사체 조립, 시험, 발사 운영이 이뤄지는 발사 인프라의 핵심 지역이다. 위성 제작과 발사라는 상·하류 공정을 각각 담당하는 두 도시가 우주항공청과의 삼각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 시험, 관광, 교육까지 이어지는 통합 생태계를 구축할 여지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협약은 우주항공 기술과 지역 생활경제를 어떻게 연결할지에 방점을 찍었다. 세 기관은 지역 대표 행사 상호 참여, 관광지 공동 홍보, 고향사랑 기부제 참여 확대, 농·특산품 구매 촉진, 농촌 봉사활동, 해양쓰레기 수거 등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우주항공 관련 행사와 관광 수요를 지역 상권 이용과 연계하고,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소비를 지역 제품으로 유도해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천시는 인구관심지역, 고흥군은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돼 지방소멸 위험이 현실화된 곳이다. 우주항공청은 이번 협력을 통해 고부가가치 기술 산업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과 정주 여건 개선을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거점도시로서 위성 산업과 발사체 산업을 각각 키워온 사천과 고흥이 상생 모델로 연결되면, 향후 우주항공 분야 스타트업 육성, 시험 인프라 공동 활용, 청년 인재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우주산업에서는 이미 국가 우주기관과 지방 거점도시 간 동반성장이 일반화된 상황이다. 미국이 항공우주국과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 발사·제조 거점을 연계해 지역 경제와 첨단 산업을 동시에 키워온 것처럼, 한국도 사천과 고흥을 중심으로 한 우주항공 벨트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발사체 재사용 기술, 소형위성 군집 운영, 우주데이터 기반 서비스 산업이 성장할수록 이러한 지역 거점의 전략적 중요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 보면, 지방살리기 상생소비 활성화 방안은 단순 소비 촉진을 넘어 첨단 산업과 인구 정책, 환경·사회공헌 전략을 묶는 실험적 플랫폼에 가깝다. 우주항공청이 직접 참여하면서 우주항공 문화 확산과 국민 인식 제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우주항공 관련 체험형 행사, 센터 견학, 과학 교육 프로그램 등이 사천과 고흥을 중심으로 늘어나면, 청소년 진로 교육과 지역 기반 인재 양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협약식에는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박동식 사천시장, 양국진 고흥부군수가 참석해 우주항공산업 성장과 지방소멸 대응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동식 시장은 상생 자매결연이 지역민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사천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주항공산업 중심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국진 부군수는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함께 우주항공산업을 축으로 한 상생협력 모범사례를 만들겠다며 국가 균형발전 선도 모델을 약속했다.
윤영빈 청장은 우주항공산업 성장을 촉진하고 우주항공 문화가 지역 전반에 퍼지기 위해서는 지역과의 동행이 필수라며 다양한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는 지속적인 상생관계를 통해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소득 증대와 생활환경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계획을 강조했다. 산업계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번 협력이 실제 투자와 일자리로 이어질지, 우주항공 거점도시 전략이 국가 혁신성장과 균형발전의 실질적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