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의료제품 규제 논의”…식약처, WHO와 협력 강화
인공지능(AI) 기술이 의료제품 산업의 글로벌 규제·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와 손잡고 개최한 ‘국제 인공지능 의료제품 규제 심포지엄(AIRIS 2025)’에 전 세계 21개국 규제당국, 글로벌 업계와 학계 전문가 등 6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의료제품의 AI 적용부터 제품화, 그리고 규제 신설에 이르기까지 ‘규제·기술 협력의 전주기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업계는 이번 심포지엄을 ‘AI 의료제품 글로벌 표준화’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와 WHO가 공동 주최한 AIRIS 2025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인천에서 진행된다. 행사 첫날에는 오유경 식약처장과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이 각각 영상개회사를 통해 “AI 의료제품 글로벌 규제조화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범세계적 협력체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는 ‘딥러닝 기반 신(新) 단백질 기능 설계’ 등 AI가 의료 혁신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을 직접 조명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AI를 활용한 제약·신약개발 트렌드, 임상시험 효율화, 의료제품 분야 신기술(디지털 트윈·생성형 AI 등)과 규제이슈가 종합적으로 다뤄진다. 특히 각국 규제당국자가 직접 허가·인증 실무 경험과 정책를 발표함으로써 AI 의료제품 상용화의 현실적 장애요인을 집중 분석하고, 협력을 위한 공통규범(standards) 논의도 본격화됐다. 규제 프레임워크, 데이터 보호, 윤리 등 시장 진입 장벽 및 신뢰확보 방안이 심층적으로 다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기업에는 주요 수출국 규제기관과의 양자회의, 국제 의료기기 포럼, 국내외 혁신 의료기기 전시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연계돼 해외시장 진출의 실질적 발판을 제공한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발판으로 말레이시아·나이지리아·이집트 등 신흥시장과의 규제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네트워크 내에서 한국의 표준·정책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최신 AI 의료기술을 빠르게 제도화·사업화하려는 각국 간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 FDA, 유럽 EMA, 일본 PMDA 등 주요국이 AI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기술 변화에 맞는 규제체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식약처가 업계·학계와 연합한 글로벌 심포지엄 개최로 기술 및 제도적 연계 점검에 앞장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AI 의료제품 규제의 국제 조화가 “시장 진입 시 규제 리스크 완화와 환자 안전 담보에 핵심이 될 것”이라며 표준화 논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AIRIS 2025 논의가 실제 글로벌 의료제품 시장에서 한국 기술력이 확산될 계기가 될지, 그리고 규제 조화와 윤리·데이터 보호 등 해묵은 이슈가 실질적으로 해결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