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민주당에도 수천만원 지원 진술 있었다"...민중기 특검, 4개월 만에 경찰 이첩
정치권의 편파수사 공방과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통일교의 더불어민주당 지원 의혹을 두고 특검팀의 직무유기 논란이 커지자, 특검이 뒤늦게 경찰에 사건을 넘기면서 정국은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9일 통일교의 정치인 접촉 의혹과 관련해 진행하던 내사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언론 공지를 통해 "통일교의 정치인 접촉 관련 내사 사건을 오늘 오후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고 전했다.

특검팀의 이번 조치는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 지원 정황을 들은 뒤 네 달 넘게 자체 수사 없이 보류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에야 이뤄졌다. 그 사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편파수사 논란이 확산됐고, 특검팀의 늑장 대처 비판이 거세졌다.
쟁점이 된 진술은 통일교의 정치자금 지원 범위와 관련돼 있다. 윤영호 전 본부장은 지난해 8월 특검 조사에서 "통일교가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소속 의원 2명에게도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각 수천만원씩 지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8월 조사 당시 해당 민주당 의원 실명과 지원 내역이 담긴 이른바 국회의원 리스트를 특검에 전달했으며, 이 내용이 수사보고서에 기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업무상 횡령 혐의 관련 공판에서도 통일교의 정치권 접촉 정황을 추가로 폭로했다. 그는 법정에서 "2022년 2월 통일교 교단 행사를 앞두고 현 정부 장관 4명에게 접근했고, 이 중 2명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실제로 만났다"고 말했다. 또 "이 사실과 국회의원 리스트를 특검에 말했고 수사보고서에도 적혔는데 왜 증거기록에서는 빠졌느냐"고 따져 물으며 특검 수사의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특검팀은 그동안 통일교의 정치자금 수사에서 국민의힘 측 정황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과 한학자 총재에게 국민의힘과 권성동 의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상태다. 반면 민주당 관련 진술에 대한 강제수사나 소환조사, 기소는 진행하지 않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특검팀은 전날 브리핑을 열어 해명에 나섰다. 특검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씨 진술 과정에서 민주당 정치인 지원 관련 내용을 들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특검법이 정한 수사 범위를 벗어난 사안이라고 판단해 직접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규명하라는 특검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통일교의 민주당 지원 의혹은 인적·물적·시간적 측면에서 수사 대상이 명백히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특히 지원 시점이 20대 대통령선거 훨씬 이전인 2018년부터 2020년 사이라는 점과, 당사자인 김건희 여사와 직접 관련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직무유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윤 전 본부장 진술 당시 내부적으로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했고, 이를 토대로 관련 사건기록을 만들었다"며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관계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절차를 검토해 왔으며, 특정 정당을 의도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시각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검팀이 그동안 김건희 여사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건을 별다른 제약 없이 수사해 재판에 넘긴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특검법 적용 범위를 이유로 민주당 관련 의혹만 선별적으로 배제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모 씨의 개인 뇌물 사건이 거론된다. 특검팀은 이 사안을 김건희 여사와 무관한 독립 범죄로 판단하면서도 기소까지 진행했다. 또 김건희 여사 일가의 자산 관리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집사 김예성 씨에 대해서도, 김 여사와 직접 연계되지 않은 횡령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이와 달리 통일교의 민주당 지원 진술은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사 단계에서 사실상 방치하다가 비판 여론이 커진 뒤에야 경찰에 넘겼다는 점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특검팀 해명의 일관성과 형평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수사 시점 문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이 사건을 넘기지 않은 채 시간을 끌면서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만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2018년 금품 수수 의혹은 올해 말이면 시효가 끝난다. 통일교가 2018년에 금품을 제공했다면 수사 착수와 기소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특검팀의 행태를 두고 "통일교의 민주당 지원 정황은 흘려보내고, 국민의힘 지원 의혹만 부각했다"며 강력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여권에서는 "특검법 취지에 따른 수사 범위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정치 공세라고 맞서고 있다. 정당별 공식 논평이 잇따르면서 여야 공방이 장기화할 조짐도 보인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이첩받은 사건을 어떤 수위로 처리할지도 주목된다. 국수본이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따라 민주당 의원 2명에 대한 정식 수사에 착수할 경우, 정치권 전반에 추가 파장이 예상된다. 반대로 수사 착수 자체가 지연되거나 무혐의 결론이 날 경우 특검과 수사기관 전반에 대한 불신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특검팀은 통일교 민주당 지원 의혹과 관련한 편파·선택수사 논란이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사건을 경찰에 넘기는 선에서 사안을 정리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공소시효와 수사 범위, 정치적 형평성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만큼, 향후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 방식과 특검법 개정 논의를 둘러싸고 또 한 차례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