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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머릿수 채우려 동원됐다"…송미령, 내란재판서 울먹이며 윤석열 행보 증언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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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의 책임과 그 정당성을 둘러싸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관련 재판 법정이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에서 열린 이 사건 속행공판에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증인으로 나서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관련 인사들의 당시 행보와 발언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이날 재판을 둘러싼 법적 진실공방은 증인 출석 여부부터 증언의 진정성까지 치열하게 맞부딪쳤다.

 

재판부에 따르면 12일 증인 출석이 예정됐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이날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12일에는 두 사람을 제외하고 서증 조사가 진행되며, 재판부는 17일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했다.

송미령 장관은 이날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접견실에 들어와 '마실 걸 갖고 오라'며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 전 총리에게 본인이 참석해야 할 일정을 대신 부탁하는 말을 들었다. 여러 부처에 몇 가지 지시도 기억난다"고 진술했다. 내란 특별검사팀이 '경고성·일회성 계엄'이었는지 재차 묻자, 송 장관은 "일회성이라는 말은 없었다"고 답했다. 재판부 질의에 대해서도 "경고성, 일시적 계엄이라는 언급은 들은 적 없다"고 덧붙였다.

 

송미령 장관은 비상계엄 당일의 긴박한 상황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울산 행사 일정을 마감하고 김포공항 도착 직후 대통령실 부속실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이후 한덕수 전 총리가 직접 전화해 국무회의 참석을 독촉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계엄은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으며, 한 전 총리 역시 '나도 반대한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고 회상했다. 다만, 특검의 '윤 전 대통령 앞에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는지'라는 질문에는 "그런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증언의 사실관계를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재판장은 "비상계엄 선포 전후 실제로 반대 의견이 제대로 표명됐는지, 반대 분위기가 현실에 반영됐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저로서는 영문을 모르고 자리에 참석했다"며 "국무회의가 아니라 동원된 느낌이었다. 머릿수를 채우려 불려간 것 같고, 저 상황인 줄 알았으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정치권에선 내란 혐의 실체와 최고위층의 의사결정 과정을 두고 강한 논쟁이 이어졌다. 한덕수 전 총리와 주요 증인들의 진술은 향후 재판의 향방과 정국에 중대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야권은 계엄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적 통제 부재를 문제 삼고 있고, 여권은 법적 절차와 국가 안보 판단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재판부는 17일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와 추경호 전 원내대표를 추가 증인으로 소환하며 사실관계 규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날 법정에서 벌어진 각 증언과 논박은 내란 재판 향방과 책임 공방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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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윤석열#한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