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xAI 국가전략 강조…정부, 출연연에 혁신 가속 주문
과학기술과 인공지능의 결합이 국가 연구개발의 새 패러다임으로 부상하면서, 정부가 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한 AI 전환 가속을 공개 주문했다. 각국이 국가연구소에 AI 인프라와 인력을 집중 배치하며 기초과학부터 전략산업까지 재편에 나선 가운데, 한국도 과학기술xAI 국가전략을 전면에 내세워 연구 현장의 대응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AI 3대 강국, 과학기술 5대 강국을 내건 기술주권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배경훈 부총리 겸 장관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과학기술xAI 성과 창출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출연연 역할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NST 이사장과 NST 소관 23개 출연연 기관장이 참석했으며,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도 자리를 함께해 우주와 천문 분야까지 포함한 과학기술 전반의 방향을 공유했다.

회의는 배 부총리가 AI 3대 강국, 과학기술 5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출연연의 역할을 당부하는 모두 발언으로 시작됐다. 이어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과학기술xAI 국가전략과 국가과학AI연구소 임무 계획이 소개됐고, 각 출연연이 맡을 임무와 추진 전략을 놓고 자유 토의가 이어졌다. 정부는 출연연을 국가전략 기술 개발의 전진기지로 규정하고, AI 기반 연구 생태계 전환에 핵심 실행 주체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토의에서 출연연은 구체적인 AI 연구 방향과 임무를 다수 제안했다. 먼저 텍스트, 수식, 실험데이터, 이미지와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합해 해석하는 과학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 언급됐다. 이는 대규모 언어모델을 과학 데이터에 특화해 학습시켜, 새로운 물질 구조 제안이나 실험 조건 최적화 같은 고난도 연구 작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구현될 전망이다. 실험실 연구자의 아이디어 구상과 데이터 해석을 실시간으로 돕는 AI 연구 동료 개발 계획도 논의됐다.
물리·화학·소재 분야에서는 자율 실험실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로봇 장비와 고속 측정 시스템, 최적화 알고리즘을 결합해 실험 설계와 수행, 결과 분석을 AI가 반복 수행하는 구조다. 출연연은 이 플랫폼을 통해 핵심 소재 개발 속도를 높이고, 실험 실패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첨단 합금과 같은 전략 소재 개발에서 기존 사람 주도 방식보다 탐색 효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도구로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로봇과 기계 분야에서는 AI 휴머노이드 개발이 과제로 제시됐다. 산업현장과 극한 환경, 재난 대응에 투입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을 목표로, 모터 제어에서 균형 유지, 시각·촉각 인지까지 통합한 지능형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국가연구소가 센서, 구동계, 제어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레퍼런스 플랫폼을 마련하면, 민간 기업이 이를 기반으로 상용 서비스와 특화 로봇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오갔다.
바이오와 의료 분야에서는 바이오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 필요성이 거론됐다. 유전체, 단백질 구조, 임상 기록 등 대규모 바이오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을 구축해 신약 후보물질 탐색과 질병 진단 보조, 개인 맞춤형 치료 설계에 활용하는 그림이다. 특히 희귀질환과 복합 질환은 표본 수가 적어 기존 통계 분석의 한계가 컸던 만큼, AI가 패턴을 찾아내는 데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에너지, 원자력, 자원 분야에서도 AI 에이전트 활용 구상이 제안됐다. 복잡한 설비 운전 조건과 안전 규제, 비용 변수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영역에서, AI가 운영 시나리오를 제안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는 역할을 맡도록 하자는 방향이다. 이를 위해 장기간 축적된 설비 운전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결과를 구조화해 학습데이터로 전환하는 작업이 선행 과제로 지목됐다.
제조, 건설, 교통 분야에서는 AI 기술 적용 방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제조에서는 공정 최적화와 불량 예측, 설비 예지정비에 특화된 모델 개발이, 건설에서는 설계와 시공 과정의 위험 요인 사전 분석과 디지털 트윈 기반 관리 체계 구축이 거론됐다. 교통에서는 도로와 철도, 항공 데이터를 통합한 교통 시뮬레이션과 AI 기반 운행 최적화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출연연이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전체에서 공통으로 쓰일 수 있는 AI 인프라와 알고리즘 레퍼런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기술 과제뿐 아니라 제도와 정책 환경에 대한 현장의 요구도 함께 제시됐다. 연구자들은 과학기술xAI 확산과 AI 기반 R&D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는 데이터 접근성 제고와 연구용 컴퓨팅 인프라 확충, 출연연 간 중복 투자를 줄이는 거버넌스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AI로 생성된 연구결과의 신뢰성과 책임 소재를 규정할 가이드라인, 안전과 윤리 기준도 병행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배경훈 부총리는 과학기술과 AI 결합의 시급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학기술xAI 시대를 열고 이를 바탕으로 초격차 전략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출연연이 보유한 역량과 자원을 어떻게 재배치하고 AI와 접목할지 새로운 방향성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간담회를 출발점으로 구체적 실천이 본격화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정부도 출연연이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제도와 예산 측면에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와 연구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행보가 실제로 예산 배분과 조직 개편, 평가 체계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연구 현장에서 AI 도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개별 프로젝트 성과를 넘어, 데이터 개방, 플랫폼 공유, 인력 양성까지 포괄하는 생태계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술과 정책의 속도를 조율하는 작업이 과학기술xAI 전략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