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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럭셔리 마그마 시대”…제네시스, 전 차종 확대 전략→10년 성장 재도약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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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0주년을 맞은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고성능 프로그램 마그마를 향후 10년을 견인할 핵심 성장축으로 제시하며 브랜드 전략의 변곡점을 마련했다. 제네시스 경영진은 프랑스 르 카스텔레에서 열린 마그마 월드 프리미어 간담회에서 향후 출시될 모든 제네시스 모델에 마그마 사양을 하나의 정규 트림으로 편입하고, 고성능과 럭셔리를 결합한 새로운 세그먼트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지난 10년에 대한 자평도 최고 등급에 가깝다고 규정하며, 앞으로의 10년을 마그마의 시대로 설정한 점에서 전략적 의지가 명확히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간담회에는 현대차그룹 최고 디자인책임자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루크 동커볼케 사장, 제네시스 사업본부장 송민규 부사장, 차량 개발담당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 제네시스 유럽사업 총괄 피터 크론슈나블 법인장이 참석했다. 동커볼케 사장은 제네시스의 지난 10년을 회고하며 제네시스의 DNA를 창조하고 진화시키는 과정은 여타 브랜드와 비교하기 어려운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네시스의 첫 10년을 마그마 이전의 시기로, 앞으로의 10년을 마그마가 규정하는 시기로 규정하며 전략적 전환을 분명히 했다. 송민규 부사장은 수우미양가 기준에서 최소한 최고 등급에 상당하는 성적을 올렸다고 자평하면서, 다음 10년에는 모터스포츠와 고성능 영역을 축으로 삼되 그 위에 럭셔리를 덧입히는 방향으로 브랜드를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고성능 럭셔리 마그마 시대”…제네시스, 전 차종 확대 전략→10년 성장 재도약
고성능 럭셔리 마그마 시대”…제네시스, 전 차종 확대 전략→10년 성장 재도약

마그마의 첫 번째 양산 무대로 전동화 모델 GV60이 선택된 배경에는 제네시스가 지향하는 젊은 감각과 전기차 전환 전략이 자리한 것으로 설명됐다. 송 부사장은 고성능 럭셔리의 성격을 고려할 때 가장 젊은 캐릭터를 가진 차종이 적합했다고 언급하며, 과거 제네시스가 2025년 이후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던 점을 상기시켰다. 그 관점에서 GV60은 전동화 전환의 선봉이자 새 프로그램의 시험대라는 상징성을 갖는다는 해석이다. 그는 트랙 랩타임 기록 경쟁에 치중하기보다 이 차가 품고 있는 잠재력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고성능 모델을 지향한다고 설명하며, 향후 출시될 모든 제네시스 모델에서 마그마가 상품 기획 초기 단계부터 반영되는 최상위 사양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 전략과 관련해서는 정통 고성능 브랜드의 관행을 따르겠다는 입장도 제시됐다. 송 부사장은 고성능 브랜드의 초점은 가격 경쟁력보다는 제공하는 경험과 가치에 맞춰져 있다고 전제하면서, 마그마 차량의 가격은 제공 가치와 비교해 다소 낮게 책정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고성능을 원하는 고객층이 단순한 가격 대비 성능이 아니라, 공들여 빚어낸 주행 감각과 소재, 디자인, 브랜드 세계관 전체를 소비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접근은 마그마를 단순 파워트레인 패키지가 아닌, 제네시스의 최상위 브랜드 경험을 총체적으로 구현하는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의지와도 연결된다.

 

제네시스 경영진은 마그마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제네시스가 지난 10년 동안 축적한 브랜드 구축 경험에서 찾고 있다. 동커볼케 사장은 과거 여러 완성차 브랜드에서 일해왔지만 현대차그룹과 같은 방식을 실행한 기업은 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신규 브랜드는 한두 개의 모델로 시장 반응을 살핀 뒤 천천히 라인업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지만, 제네시스는 단기간에 세단과 SUV를 아우르는 전 차급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브랜드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쟁사가 전략을 고심하는 동안 제네시스는 이미 완결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며 존재감을 확보했고, 이 경험이 마그마 전략을 뒷받침하는 자신감의 근원이라고 덧붙였다.

 

송민규 부사장은 제네시스가 2015년 출범 당시부터 일종의 스타트업과 같은 태도로 하나의 분명한 캐릭터를 형성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규모 전통 제조업체의 관성보다는 빠른 의사결정과 실험을 중시하는 문화에 가깝고, 그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도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성능과 럭셔리를 결합한 새로운 영역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 만큼 일본, 독일, 중국 등 주요 자동차 강국의 사례를 폭넓게 참고하겠다는 현실적인 인식도 드러냈다. 그는 토요타와 렉서스로부터는 품질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을,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로부터는 한 세기에 걸쳐 축적된 엔지니어링과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중국 자동차 기업들로부터는 시장 대응 속도를 뜻하는 타임 투 마켓 역량을 흡수해 제네시스만의 색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동커볼케 사장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인식도 공유했다. 그는 현재 완성차 업계가 중국의 시대를 논하고 있지만, 15년 뒤에는 인도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시각은 특정 국가나 지역의 우위가 영속적이지 않으며, 경쟁이 브랜드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차별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경쟁의 심화는 제네시스에게도 도전이지만, 고성능 럭셔리라는 신생 영역에서 브랜드의 개성을 뚜렷이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마그마는 유럽 공략 전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제네시스는 럭셔리카와 고성능차의 본고장으로 평가되는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마그마를 새로운 프리미엄의 상징으로 포지셔닝할 계획이다. 피터 크론슈나블 법인장은 유럽 시장에 독일 빅3가 존재하지만 그들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제네시스가 성공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는 제네시스가 찾아야 할 것은 기존 문법과 다른 새로운 프리미엄의 정의이며, 마그마로 상징되는 고성능 럭셔리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성능 주행 성능뿐만 아니라 감성 품질, 디자인, 디지털 경험이 어우러진 새로운 럭셔리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제네시스는 앞으로 마그마를 통해 고성능 모델의 스펙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고, 전동화와 모터스포츠,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통합하는 장기 전략을 전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GV60 마그마를 시작으로 라인업 전반에 마그마 사양이 적용되면, 제네시스는 전동화 시대의 고성능 럭셔리 시장에서 독자적인 포지션을 구축하게 된다. 10년간 축적한 디자인, 품질, 브랜드 자산을 바탕으로 마그마라는 새로운 기표를 부여하는 과정은,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존재감을 한 단계 끌어올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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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마그마#gv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