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 전력 수요 폭증에 52주 신고가 재차 경신…LS일렉트릭, 전력설비 빅3 수급 쏠림에 급등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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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데이터센터 증설 기대가 재차 부각되며 전력설비 업종에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11월 20일 장중 LS일렉트릭 주가는 50만 원선을 돌파하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갈아치워, AI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가 국내 증시에서 구조적 테마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호실적과 북미 전력망 투자 가속이 맞물리며 전력기기 빅3에 대한 수급 쏠림이 강화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1월 20일 장중 LS일렉트릭 주가는 507,000원을 기록해 전일 대비 6.74% 상승 중이다. 시가는 510,000원, 장중 고가는 539,000원, 저가는 497,000원으로 넓은 변동 폭을 보이고 있으며, 50만 원선 안착 여부가 단기 관전 포인트로 부각된다. 최근 한 달간 주가는 10월 20일 저가 303,000원에서 50만 원대 후반까지 치솟으며 약 59% 급등했고, 6개월 저점 238,000원과 비교하면 두 배를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특히 10월 23일 이후 상승 탄력이 강해진 가운데 11월 들어 40만 원대 중반을 단기간에 돌파하고, 11월 20일 장중 539,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재차 경신했다.

LS일렉트릭(LS ELECTRIC)[01012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LS일렉트릭(LS ELECTRIC)[01012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기술적 흐름도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5일선과 20일선은 각각 47만 원대 초반, 45만 원대 중반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주가는 이들 이동평균선보다 상당 폭 위에 있다. 60일선 역시 34만 원대 중반에서 완만한 우상향을 이어가고 있어 6개월 조정 구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상승 박스권을 형성하는 초기 단계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다만 10월 이후 하루 등락률이 5%를 웃도는 거래일이 반복되는 등 단기 매매 수요 유입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시장에서는 LS일렉트릭 주가 급등의 핵심 동인으로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K-전력기기 수주 모멘텀을 꼽고 있다. 엔비디아의 사상 최대 분기 실적 발표 이후 AI 거품 논란이 다소 진정되며, AI 서버 랙당 전력 사용량 증가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린 중장기 전력설비 투자 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LS일렉트릭은 변압기·배전반·스위치기어 등 전력기기와 전력자동화 솔루션을 동시에 보유한 대표 사업자라는 점에서 수혜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AI 전력 인프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자금이 전력설비 빅3에 쏠리는 구조도 주가 재평가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패턴 차별화가 뚜렷하다. 11월 12일부터 19일까지 최근 6거래일 기준 외국인은 71,252주를 순매수하며 조정 구간에서 지분을 확대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110,851주 순매도로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ETF를 포함한 패시브 자금과 기타 투자자 매수세가 이를 상당 부분 흡수하며 신고가 돌파 시도를 뒷받침했다. 이 기간 외국인이 매수로 전환할 때마다 주가는 신고가를 경신했고, 기관 매도 확대 시에는 단기 조정 후 재차 수급이 회복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종 내 상대 강도도 높다. 11월 20일 기준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 대한전선과 비교하면 LS일렉트릭이 6.74% 상승으로 가장 높은 오름폭을 기록 중이다. 대한전선이 5.0%, HD현대일렉트릭이 4.47% 오르며 뒤를 잇고 있다. LS일렉트릭의 시가총액은 약 15조2,100억 원으로 코스피 44위에 해당해 지수 내 중대형주에 속하며, 전력기기·전력설비 섹터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외국인 보유 비율은 21.78%로 HD현대일렉트릭 36.18%, 효성중공업 25.25%보다는 낮지만 LS 18.35%, 대한전선 10.17%보다는 높아 업종 내 중상위 수준으로 분류된다.

 

수익성 지표를 보면 LS일렉트릭의 ROE는 12.6%로 동종 업계 평균을 웃돈다. 다만 HD현대일렉트릭 37.13%, 효성중공업 22.87%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성장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전력설비 빅3 중 중간 정도의 위치로 평가된다. 전일 기준 PER는 60배대 중후반 수준으로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AI 전력 인프라 대표주라는 프리미엄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코스피 시장 전체를 이끄는 대형주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전력설비·AI 인프라 업종과 테마 내에서는 명확한 주도주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실적과 재무 체질 측면에서는 우상향 흐름이 뚜렷하다. 연간 매출액은 2022년 3조3,771억 원, 2023년 4조2,305억 원, 2024년 4조5,518억 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025년에는 4조8,562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875억 원에서 3,249억 원, 3,897억 원으로 증가할 전망이고, 영업이익률은 5.55%에서 7.68%, 8.56%로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순이익률도 2.7%에서 4.91%, 5.32%로 상승하는 흐름이다. ROE는 5.95%에서 12.61%, 13.44%로 올라 자본 효율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부채비율은 110%대 중반에서 130%대 초반으로 다소 높아졌지만, 당좌비율이 100% 안팎을 유지하고 유보율이 1,100%를 상회해 재무 안전성은 양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주환원 측면에서는 배당 매력보다는 성장성이 부각된다. 배당수익률은 0.57%로 낮은 편이어서 배당주보다는 성장주 성격이 짙다. 증권사 컨센서스 기준 투자의견은 매수로 4.00점, 목표주가는 424,000원으로 제시돼 있는데, 현 주가는 이를 약 20% 상회하는 구간이다. 기존 목표주가와 비교하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확대됐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실적 추정치 상향과 목표주가 조정 여지가 남아 있어 향후 컨센서스 조정 방향이 밸류 부담 완화 여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기업 펀더멘털 관점에서 LS일렉트릭은 AI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공급 계약과 북미 배전반·초고압 변압기 매출 증가 기대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전력변환·송배전·전력자동화 솔루션을 모두 갖춘 사업 구조 덕분에 데이터센터 신규 투자와 기존 전력망 교체 수요를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평가된다. 3분기 실적은 계절적 요인과 일회성 비용으로 시장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개선됐다는 점에서 성장 스토리는 유지된 상태다. 부산 변압기 공장 증설과 북미 고객 기반 확대가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거론되며, AI 전력 인프라 테마와 결합한 리레이팅 논리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환경도 우호적이다. 엔비디아의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은 AI 서버 투자 사이클이 단기간에 꺾이기 어렵다는 인식을 강화했다. AI 서버 한 랙당 전력 사용량이 기존 대비 크게 늘어나면서 초고압 변전 설비와 변압기, 배전반 등 관련 전력기기의 납기와 단가 개선 가능성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미국을 중심으로 노후 전력망 교체와 그리드 현대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어 북미 전력기기·전력설비 투자가 늘어나는 점도 국내 업체들에 우호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흐름은 LS일렉트릭을 비롯한 K-전력기기 기업들의 중장기 수주 기반을 두텁게 하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TF를 통한 자금 유입 역시 주가 탄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국내 AI 전력 인프라 관련 상장지수펀드의 순자산이 1조 원을 상회하며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전력설비 빅3 비중이 높게 편입됐다. 패시브와 준패시브 자금이 섹터 비중 확대를 통해 지속 유입될 경우, 개별 기업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수급 측면에서 하방 경직성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시장 조정기에는 동일한 경로로 자금이 유출될 수 있어 ETF 의존도가 단기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뉴스 측면에서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인근 산업단지에서 LS일렉트릭이 핵심 입주 기업으로 언급되며 지역 산업벨트 내 전력기기 기업으로서 존재감이 부각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이미지와 입지 가치 제고에 긍정적 요인에 가까우며, 당일 주가 급등을 이끈 주된 재료는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전력기기·전력설비,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북미 전력망 투자와 그리드 현대화, 변압기·배전반·스위치기어 공급망, 원전 및 전선 인프라 연계 수혜 등 다수의 테마가 LS일렉트릭에 중첩돼 있다고 보고 있다.

 

동일 업종 종합 비교에서는 LS일렉트릭의 강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세, 북미 수주 성장성, 안정적인 재무 구조, 그리고 AI 전력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제품 포트폴리오가 꼽힌다. 반면 PER가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점, ROE가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대비 낮은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성장 기대가 밸류에이션에 선반영된 만큼 향후 추가 재평가를 위해서는 북미·글로벌 수주 확대와 실적 상향 조정 등 구체적 성과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향후 주가 흐름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가격대와 수급 변화를 동시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기술적으로 47만~48만 원대는 직전 조정 저점과 20일선이 겹치는 구간으로 단기 지지선 역할을 할 수 있고, 53만 원 전후는 차익 실현이 나올 수 있는 단기 저항선으로 거론된다. 47만 원대가 무너지면 45만 원선까지 조정이 확대될 여지가 있고, 반대로 50만 원선을 안정적으로 지키며 53만~54만 원 구간을 재차 테스트하는 시나리오도 제시된다.

 

중기적으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 북미 전력망 현대화 프로젝트 진행 상황, K-전력기기 수주 잔고의 실적 인식 시점, 글로벌 경기와 금리 수준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6개월 저점 이후 이미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만큼, 60일선이 위치한 30만 원대 중후반 이상에서 박스권 재정비 과정을 거치며 추세를 이어갈지 여부가 관건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대형 프로젝트 지연, 북미 인허가 리스크 등은 마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어, 이런 요인이 현실화될 경우 높은 밸류에이션이 조정 압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ETF와 프로그램 매매 비중이 높은 만큼 단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현재 주가가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를 웃도는 구간에 위치한 만큼 목표가 상향 속도가 더디거나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될 경우 차익 실현 매물이 빠르게 출회될 수 있다. 미국 인프라 투자 정책 변화, 주요 고객사 설비투자 조정, 원자재와 환율 급변, 대규모 수주 계약 조건 변경 등도 중장기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향후 LS일렉트릭과 전력설비 빅3 주가 흐름은 AI 투자 사이클 지속 여부와 글로벌 인프라 정책 방향, 그리고 수급 환경 변화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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