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점프의 계보”…우상혁, 세계실외 정복 도전→전설의 동시 석권 눈앞
천장이 없는 필드에서 바람을 가르며 솟구친 우상혁의 점프에 경기장은 숨을 죽였다. 월계관이 걸린 바를 넘는 순간, 응원과 침묵이 교차하며 금메달을 향한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3월 중국 난징에서 세계실내선수권 정상에 등극한 우상혁은 올해 가을 도쿄에서 실외 세계선수권까지 정복에 나선다. 해마다 이어진 도전의 서사와 아쉬움을 뒤로하며, 한 해 두 번째 세계정상을 향한 추격이 본격화됐다.
2025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9월 13일부터 21일까지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다. 우상혁은 14일 예선을 시작으로, 16일 결선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지난 3월 난징 유스올림픽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세계실내선수권에서는 2m31을 기록하며 우승했다. 이어 5월 구미 아시아선수권도 제패하며 기세를 높인 우상혁은, 2022년 베오그라드 실내 세계선수권에서 세운 2m34와 비교해 꾸준한 상승 곡선을 증명했다.

세계무대에서 우상혁이 남긴 기록은 한국 육상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갔다. 2022년 미국 유진 세계실외선수권에서는 2m35를 넘으며, 대한민국 남자 높이뛰기 사상 첫 은메달의 쾌거를 기록했다.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로는 우상혁과 2011년 대구대회 경보 동메달리스트 김현섭, 단 두 명뿐이다. 그간 우상혁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꾸준히 세계 정상에 도전해왔다. 특히, 지난해 글래스고 세계실내선수권 3위를 경험한 뒤, 올 시즌 일곱 개 국제대회 연승 행진을 이어오며 경험과 자신감을 쌓았다.
세계 육상계는 실내·실외 세계선수권 동시 석권을 ‘전설의 계보’로 평가한다. 1993년 쿠바의 하비에르 소토마요르가 마지막으로 기록한 이중 제패 이후, 같은 해 두 대회 정상에 오른 이는 단 한 명뿐이었다. 남자 높이뛰기에서 실내·실외 세계선수권 모두를 정복한 선수도 역대 손가락에 꼽힌다. 파트리크 셰뵈리, 찰스 오스틴, 야로슬라프 리바코프, 무타즈 바르심, 장마르코 탬베리, 그리고 소토마요르까지 단 6명만이 남긴 전설의 목록에 우상혁이 다가서고 있다.
우상혁은 “난징 세계실내선수권에서 우승한 후 더 큰 자신감을 얻었다”며 “도쿄에서는 그 어떤 한계도 넘어서겠다”고 다짐했다. 남자 높이뛰기 국제무대에서 실내·실외 동시 석권은 선수 개인에게도, 한국 육상 전체에도 기념비적인 기록이다. 경기장 안팎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은 우상혁의 부드러운 미소와 의지에 고스란히 실렸다.
우상혁의 운명적 도전은 9월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막을 올린다. 현장에는 승부의 냉기와 동시에 뜨거운 박수, 한 명의 점프에 온 마음을 내어주는 관중의 숨결이 함께할 전망이다. 방송 중계와 함께, 한국 육상은 다시 한 번 세계의 중심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