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자금에 쿠슈너까지”…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 적대적 인수전에 정치·안보 변수 부상
현지시각 기준 7일, 미국(USA) 미디어 그룹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위해 적대적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밝히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중동 국부펀드 자금이 포함된 초대형 자금 조달 구조가 공개됐다. 이번 시도는 이미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 간 720억달러 규모 인수 계약이 체결된 상황에서 재점화된 인수전으로, 미국 규제 당국과 국가안보·정치 변수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국제 금융·콘텐츠 시장에 파장을 낳고 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7일(현지시각) 공시를 통해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주요 주주들을 상대로 주당 30달러, 총 1천80억달러 규모의 주식 공개매수 제안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현금 매수 제안과 함께 대규모 인수금융을 결합한 공격적 조건으로,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가 5일 체결한 720억달러 규모의 영화·TV 스튜디오 및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 인수 계약에 정면으로 맞서는 구도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 이사회는 경쟁 입찰 과정에서 파라마운트가 이미 1천80억달러, 주당 30달러 전액 현금 조건을 제시받았음에도 넷플릭스를 우선협상 대상으로 만장일치로 선택했다. 이사회는 단순한 가격 수준보다 계약 체결 가능성, 규제 심사 통과 가능성, 거래 종결 이행 능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넷플릭스 측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라마운트는 자금 조달 구조도 상세히 공개했다. 공시에 따르면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과 미국(USA) 사모펀드 레드버드 캐피털 파트너스가 총 400억달러 현금 조달을 보증했다. 엘리슨 회장은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엘리슨의 부친이자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로, 이번 거래에서만 120억달러 투자 약정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현금 680억달러 조달 계획에는 중동 국부펀드와 쿠슈너 자금이 본격적으로 얽혀 있다. 파라마운트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UAE) 세 곳의 국부펀드가 240억달러를 부담하고, 레드버드 캐피털 파트너스와 재러드 쿠슈너가 설립·운영하는 사모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가 잔여 금액을 책임지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파라마운트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아폴로로부터 540억달러 규모 인수금융 대출 약정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현금과 대출을 결합한 총 1천80억달러 패키지를 내세운 셈이다.
워너브러더스 이사회가 넷플릭스를 선택한 배경에는 중동 자본의 역할이 미국 국가안보 심사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우려가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사회는 사우디·아부다비·UAE 국부펀드가 대규모 지분 참여자로 포함된 파라마운트 제안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로부터 강화된 국가안보 심사를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워너브러더스 이사회는 이 같은 불확실성이 거래 종결 리스크를 키운다고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파라마운트 측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부다비, UAE 국부펀드와 어피니티 파트너스가 인수 후 지배구조 관련 권리를 행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워너브러더스 측에 설명했다. 파라마운트는 이러한 구조가 실제 경영권 영향력을 제한함으로써 CFIUS 심사가 요구하는 국가안보 요건 충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뉴욕타임스는 쿠슈너가 운영하는 어피니티 파트너스가 인수 자금 라인에 포함되면서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의 정치적 색채가 한층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약 54억달러를 운용 중인 사모펀드로, 사우디 국부펀드 공공투자펀드(PIF)에 자금 조달을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 자본 의존도가 높은 펀드가 미국 핵심 콘텐츠 자산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정치·외교적 이해관계가 함께 부각된 셈이다.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이미 대형 크로스보더 거래 이력을 쌓아 온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9월에는 사우디 PIF, 테크분야 사모펀드 실버 레이크와 함께 미국 게임사 일렉트로닉 아츠(EA)를 525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쿠슈너 측이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에서도 복잡한 다국적 자금 조달과 규제 대응 전략을 주도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의 선제적 인수 계약은 미국(USA) 내 반독점 규제와 스트리밍 시장 경쟁 환경에서도 중대한 분수령으로 여겨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당국은 넷플릭스 거래를 승인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며, 정치적 변수와 로비 공세가 맞물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매체는 이번 거래가 미디어·콘텐츠 산업뿐 아니라 백악관과 사법당국까지 포괄하는 정치경제적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 간 합의에 대해 “그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언급하며 정부 승인 절차가 남아 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넷플릭스가 인수전에서 승리한 점에 대해서는 “정말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넷플릭스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과도한 지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규제 당국 승인 과정에서 정치적 재량이 작용할 여지를 시사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법무부는 이미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가 스트리밍 시장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검토 절차에 착수했다. 워너브러더스의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가 넷플릭스 플랫폼에 흡수되면 양사의 유료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 합산 점유율은 미국 시장의 약 3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23년 마련된 미 법무부 경쟁정책 지침에 따르면 합병 이후 단일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서는 거래는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는 직접 합병으로 간주될 수 있다.
넷플릭스는 규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시장 정의를 확대하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넷플릭스는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 등 무료 동영상 플랫폼도 소비자의 주의를 두고 경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 구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HBO 맥스 인수가 경쟁을 약화하거나 소비자 피해를 초래한다는 실증적 증거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반독점 심사 기준이 어떻게 재설정될지에 대한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파라마운트의 적대적 인수 시도와 넷플릭스의 선계약이 맞물리며 워너브러더스 및 스트리밍 관련주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파라마운트 제안이 워너브러더스 주주들에게 경제적으로 더 매력적인 조건으로 비쳐질 경우, 향후 주주 압박과 소송전이 촉발될 수 있고, 이는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 간 기존 계약 안정성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중동 국부펀드와 미국 정치권 핵심 인물 자금이 결합된 이번 인수전이 미디어·콘텐츠 산업을 넘어 미국 국가안보 심사 체계와 디지털 플랫폼 반독점 정책의 한계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 재편과 함께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의 귀결이 향후 국제 미디어 자산 인수·합병의 규범과 관행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