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사브르 결승 무대 전율”…전하영-최세빈, 8년 만의 은빛 서사→종합 10위 아쉬움
결승 무대에 선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의 눈빛엔 지난 8년을 관통한 갈증과 자부심이 담겼다. 네 명의 선수가 검을 맞부딪치며 만들어낸 흐름, 벤치를 가득 채운 환호와 깊은 숨소리. 프랑스라는 세계 최강을 상대로 펼친 마지막 승부에서 대표팀은 값진 은메달이라는 보상과 함께, 팬들에게 또 한 번 감동의 순간을 선사했다.
2025 세계선수권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한국은 전하영, 최세빈, 김정미, 서지연을 앞세워 결승 무대에 올랐다. 32강에서는 부전승으로 첫 걸음을 내디딘 뒤, 16강에서 이집트를 45-40으로 꺾으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이어진 8강에서는 미국의 추격을 45-44로 따돌렸고, 준결승 한일전에서는 두터운 집중력으로 45-36 승리를 거뒀다.

반면 결승에서는 프랑스를 상대로 초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스코어 37-45로 석패하며 우승에는 아쉽게 다가서지 못했다. 이번 은메달은 2017년 이후 8년 만에 세계선수권 결승 무대를 밟은 성과이자, 여자 사브르 단체전 통산 두 번째 결승 진출 역시 기록으로 남았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2회 연속 세계선수권 단체전 입상에 성공했다. 지난해 땄던 동메달을 은메달로 바꿔냈지만, 최종 메달 순위에서는 종합 10위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펜싱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펜싱의 저력을 이어갔으나, 전년도 종합 7위에서 세 계단 하락한 순위는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는 송세라가, 에페 단체전에서도 동메달이 추가돼 한국 펜싱의 저력은 여실히 드러났다. 남자 사브르는 오상욱과 구본길 등 핵심 전력 부재로 아쉬움을 남겼다. 주축들이 U대회와 세계선수권을 연달아 치르며 지친 기색도 감지됐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종합 1위에 올랐다. 일본은 남자 에페 단체전 우승 등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아시아 국가들 중 최고 성적을 거두며 종합 4위에 자리했다.
조지아의 트빌리시, 펜싱 무대 위 모든 동작과 탄식, 응원의 물결은 잠시 머물다 사라졌다. 메달의 색과 숫자를 넘어, 패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은 다시 무대를 준비한다. 이 여름,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의 도전과 은메달의 기억은 2025 세계선수권의 또 다른 서사로 남았다.